예멘 전쟁은 내전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국제 전쟁이다.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아랍 동맹군과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의 대리전이다. 2015년 사우디의 공격으로 시작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다.
예멘 전쟁이 금세기 최악의 참사로 불리는 이유는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살상 행위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10만여명이 숨졌고, 굶주림과 박해를 피해 목숨을 걸고 조국을 탈출하는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다. 한국에서도 제주의 예멘 난민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었다.
무차별 공습과 저격, 살인, 고문, 성폭력, 인도주의적 구호 방해 등을 고발하는 유엔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지만 전쟁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각 국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사우디에 무기를 대고 있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도 전쟁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2만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우디의 공습에 주목한다.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본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문제는 이런 위반 사례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사우디가 줄곧 이를 부인하는데다 현장 상황이 너무 위험해 언론인이나 활동가들이 증거 자료를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모바일 사진이나 영상 같은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언론과 일반 시민은 물론 페이스북이나 유투브 등에서 수집한 수많은 디지털 자료를 정밀 분석해 국제법 위반 사례를 들춰 내고 이를 법정에 증거로 내세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방대한 자료를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처참한 장면으로 인해 조사원들이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의 엠아이티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는 전쟁 범죄를 입증하는 인공지능의 새로운 역할을 소개했다. 세계 108개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의 사용 흔적을 찾아내는 일이다. 한 개의 폭탄 속에 또 다른 폭탄이 들어가 있는 집속탄(Cluster munition)은 목표 지점 상공에서 수백 개의 자폭탄을 쏟아내 대량 살상을 가져온다. 넓게 퍼진 자폭탄의 40%는 불발탄으로 남아있다 지뢰처럼 터진다. 민간인 대량 살상을 유도하는 무서운 무기다.
VFRAME(Visual Forensics and Metadata Extraction)은 이미지 분석과 합성에 탁월한 기능을 발휘하는 콘볼루션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s)을 훈련시키는 오픈 소스 AI 알고리즘 프로젝트다. 인권단체는 영국제 BLU-63 집속탄을 겨냥했다. 예멘에서의 집속탄 사용을 영국 법정에서 입증할 수 있다면 사우디에 대한 영국의 무기 판매를 중단시킬 수 있고, 관련자의 형사 고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알고리즘을 훈련시킬 실제 집속탄을 찾기 어려웠다. 비합법 무기의 성격상 BLU-63의 정확한 생김새는 노출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영국 전쟁박물관에 보관된 사진 같은 예전의 몇몇 사진을 토대로 실제 같은 3D 형태의 집속탄 기본 모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집속탄이 터지고, 땅에 떨어지고, 흩어졌을 때 보일 수 있는 2,000개의 다양한 형태를 그려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 공습 사진이나 파괴 영상 같은 데이터 자료에서 직속탄 흔적을 찾아내는 식별율이 90%를 넘고 있다.
크라우드 소싱으로 수집된 인권단체의 예멘 전쟁 아카이브에는 무려 59억개나 되는 사진과 영상 데이터가 보관되어 있다. 집속탄의 흔적을 찾기 위해 사람이 하루 24시간 이 자료에 매달려 들여다본다 해도 27년이나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AI 머신러닝 시스템을 활용하면 일반 데스크탑 컴퓨터애서 대략 30일이면 이 작업을 마칠 수 있다.
전쟁 범죄 증거를 찾기 위한 인권 차원의 AI 머신러닝 시스템 활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은 시리아 전쟁의 사진이나 영상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이램프 시스템(E-Lamp system)을 개발했었다. 예멘 전쟁의 AI 시스템은 국제법 위반을 밝히는 법정 근거 자료로 그 정밀성을 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AI의 역할에 인권 지킴이가 추가 되었다.












그 예멘이 제주도난민 예멘이군요….
AI 사용의 이런 방향성 응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