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모아야 하고 그 데이터를 가공,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작업을 데이터 라벨링이라고 하는 데, 마치 많은 물건을 박스로 묶고 구분하거나 물체의 색을 분류하는 것 같이 매우 단순한 작업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일자리로 거론되는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유령 노동자’라고 불린다. 사무실 같은 공간에 모여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가정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노동자는 이미 세상 곳곳에서 많은 수가 존재하고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

미국 아마존 웹서비스가 자사 고객들의 데이터 처리를 위해 만든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Amazon Mechanical Turk)는 190개국에 걸쳐 50만 명의 크라우드 소싱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번역 작업에 특화된 미국 라이언브리지 AI는 100만 명의 준전문가를 고용했고, 중국의 데이터 가공공장 MBH는 30만 명의 데이터 라벨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은 노동집약적이고 별다른 지식이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비숙련 노동자들도 쉽게 할 수가 있다. 핀란드에서는 교도소 수감자의 노역을 육체노동에서 이러한 IT노동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다. 돈이 많이 되지 않는 단순노동이기 때문에 재소자를 이용하자는 생각인 것이다. 중국에서는 임금이 저렴하고 임차료가 낮은 농촌에 사무실을 만들고 제조업의 둔화로 고용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농민 출신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하고 있다.

데이터 라벨러 같은 일자리는 기술이 필요 없고 공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세계 각지의 저소득층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아프리카와 같은 저개발국가에서는 그 지역 평균 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소득으로 당장의 자립과 교육을 받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유령노동자를 고용하는 거대 IT회사가 있는 선진국의 경우에는 경우가 다르다. 미국의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라는 데이터 라벨링을 위한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 회사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을 하고도 한 달에 1천 달러 내외의 임금만을 손에 쥘 뿐이다. 중국의 노동자는 다른 일자리보다는 소득이 높지만 월 400달러 내외로 선진국 노동자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런 일자리를 두고 ‘뉴 잡’이거나 첨단 산업 노동이라고 자랑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최저시급도 보장해 주지 못할 뿐더러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라지기도 쉽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없어지겠지만 데이터 라벨링 같은 저임금 노동집약적인 일자리는 미래의 청년들 생활을 보장해 주지 못할 것이다.

인쇄하기

이전
다음
11+

소요 사이트를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액수에 관계없이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이 소요 사이트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협동조합 소요 국민은행 037601-04-047794 계좌(아래 페이팔을 통한 신용카드결제로도 가능)로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