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교실에서 놀라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챗지피티로 에세이를 쓰고, AI가 생성한 문제로 수학을 풀며, 인공지능 튜터의 도움을 받아 과학을 탐구합니다. 그러나 그 교실 앞에 선 교사들은 어떻습니까. 미국 K-12 교사의 약 42퍼센트가 아직도 AI 관련 전문성 개발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미국만의 것이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2025년 AI 교육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교육자의 45퍼센트가 공식적인 AI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3년이 지났지만, 현장 교사들의 준비도는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더 깊은 문제는 교육 불평등입니다. 미국 RAND 연구소가 2025년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2026학년도가 시작되는 가을까지 저빈곤 지역 학교는 거의 모두 교사 AI 교육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고빈곤 지역 학교는 10곳 중 6곳만이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AI 시대에도 교육 격차는 반복됩니다. 가진 학교는 더 빨리 준비하고, 그렇지 못한 학교는 또 한 번 뒤처집니다.

여기서 역설이 드러납니다. 또 다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교사들은 AI를 쓰고 있지만, AI를 충분히 알지는 못합니다. 교사의 69퍼센트가 수업 계획과 채점에 AI를 활용하는 데 편안함을 느낀다고 답했지만, 학생에게 AI를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다고 답한 교사는 53퍼센트에 그쳤습니다.⁴ 도구를 쓰는 것과 도구를 가르치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습니다.

교사가 AI를 모르는 교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봅니다. 아이가 AI로 완성한 과제를 제출했을 때, 교사는 그것이 학생의 생각인지 AI의 문장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학생이 AI 도구 사용법을 물어봤을 때, 교사는 “나도 잘 모릅니다”라고 답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는 사람보다 도구에 뒤처진 교실에서, 교육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AI를 잘 쓰는 교사가 곧 좋은 교사라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교사에게 또 하나의 기술적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야 합니다. 교사의 본래 역할은 최신 도구의 숙련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이해하고 배움을 이끌어내는 데 있습니다. AI 시대에도 그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도구를 모르고 본질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이미 AI와 함께 살고 있는데, 교사만 그 세계 밖에 머물 수는 없습니다. 교사 교육의 핵심은 AI 사용법 자체가 아니라, AI와 함께하는 교실에서 어떻게 교사다울 것인가를 찾는 일이어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몇 시간짜리 사용법 연수만이 아닙니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앱이 편리한지, 어떤 프롬프트가 효과적인지를 익히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판단의 기준입니다. 학생이 AI를 사용할 때 어디까지가 도움이고 어디서부터가 대필입니까. AI가 만든 답을 수업에서 어떻게 검토하게 할 것입니까. AI를 잘 쓰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의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입니까.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실에 들어오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가 그것을 해석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입니다. 교사가 플랫폼의 안내에 끌려가는 순간, 교실의 중심은 배움이 아니라 시스템이 됩니다. 반대로 교사가 AI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다룰 수 있다면, AI는 학생을 감시하고 분류하는 장치가 아니라 배움을 넓히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교사는 준비됐습니까. 이 질문은 교사 개인을 향한 추궁이 아닙니다. 교육 당국과 사회 전체를 향한 질문입니다. 교사에게 준비하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교사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권한과 신뢰를 주었습니까. AI 시대의 교실은 기술의 속도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교사가 아이들 곁에서 다시 배울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교육도 준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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