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6일 앤트로픽이 발표한 보고서 「Agentic coding and persistent returns to expertise」는 클로드 코드(Claude Code) 사용 기록 약 40만 건을 들여다본 결과물입니다. 2025년 10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약 23만 명이 남긴 세션을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분석했다고 합니다. 코딩 도구에 관한 보고서이지만, 막상 읽다 보면 교육 이야기처럼 읽히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가볍게 소개하고, 거기서 읽히는 교육적 함의를 짚어보려 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사람과 AI 사이의 역할 분담입니다. 연구진이 세션 속 의사결정을 ‘계획'(무엇을 할지, 어떤 접근을 취할지, 무엇을 완료로 볼지)과 ‘실행'(어떤 파일을 고칠지, 어떤 코드를 쓸지, 어떤 명령을 돌릴지)으로 나누어 살펴봤더니, 사람은 계획 결정의 약 70%를 맡고 클로드는 실행 결정의 약 80%를 맡는 구도가 일관되게 나타났습니다. 사람이 방향을 정하면 AI가 그 방향을 구체적인 작업으로 옮기는 것이죠. 흥미로운 점은, 사용자가 실행 권한까지 꽉 쥐고 있을 때보다 계획만 맡기고 실행은 클로드에게 넘겼을 때 클로드가 한 번의 지시당 처리하는 작업량이 훨씬 늘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위임의 폭이 클수록 AI가 한 번에 해내는 일도 많아지는 셈입니다.
두 번째로, 이 보고서가 가장 공들여 보여주는 것은 ‘전문성의 효과’입니다. 연구진은 세션마다 사용자가 해당 과제에 대해 보이는 전문성을 5단계로 평가했는데, 이때 전문성은 직업이나 일반적인 능력이 아니라 철저히 과제 한정적인 개념입니다. 보고서가 든 예시가 인상적인데, 평생 파이썬을 써본 적 없는 회계사라도 어떤 정산 규칙을 코드에 반영해야 하는지 정확히 지시하고 클로드가 놓친 월말 결산의 예외 상황을 짚어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그 과제에 관한 한 ‘전문가’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이 전문성이 높을수록 클로드가 지시 한 번에 처리하는 작업과 산출물의 양이 늘어났습니다. 초보자 수준 세션에서는 지시 하나당 평균 5개의 작업과 600단어 분량의 결과물이 나왔지만, 전문가 수준 세션에서는 12개의 작업, 3,200단어로 늘어났습니다. 코딩 실력이 아니라 해당 분야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가 AI를 얼마나 잘 부려쓰는지를 갈랐다는 뜻입니다.
성공률 데이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과제를 끝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비율은 초보자 세션에서 15%였던 반면, 중급 이상 세션에서는 28~33%로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일이 꼬였을 때의 회복력 차이는 더 컸습니다. 작업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초보자는 19%가 아예 포기하고 손을 놓은 반면, 그 외 사용자들은 5~7%만이 포기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결이 다른 발견이 있습니다. 초보에서 중급으로 갈 때의 성공률 상승폭이 가장 크고, 중급에서 전문가로 갈 때의 상승폭은 그보다 훨씬 완만하다는 점입니다. 즉 해당 분야에 대한 ‘웬만큼의 이해’만으로도 혜택의 대부분을 가져갈 수 있고, 그 위의 깊은 숙련은 추가로 보태는 몫이 크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 짚을 만한 것은 직업군에 따른 차이가 생각보다 작았다는 점입니다. 코드를 직접 작성하거나 수정한 세션만 놓고 보면, 상위 10개 직업군 모두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7퍼센트포인트 이내의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코딩을 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도, 자신이 하려는 일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거의 비슷하게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에이전틱 코딩 도구가 코딩 배경 자체를 덜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고 정리합니다.
이 결과를 교육 쪽에서 읽으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요. 일단 분명해지는 것은, AI 시대에 값을 매길 수 있는 능력이 ‘절차를 정확히 수행하는 능력’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완료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행은 위임할 수 있지만, 계획은 위임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육이 오랫동안 길러온 역량은 정해진 문제에 정해진 절차로 빠르고 정확하게 답하는 능력 쪽에 가깝습니다. 정답이 이미 주어진 문제를 빨리 푸는 훈련과, 아직 정의되지 않은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그 해법이 맞는지 검증하는 훈련은 전혀 다른 근육을 씁니다. 이 보고서가 보여주는 ‘전문성의 수익률’은 후자, 그러니까 한 분야를 깊이 이해하고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아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그 전문성이 ‘얕고 넓은 이해’만으로도 상당 부분 확보된다는 점입니다. 초보에서 중급으로의 도약이 가장 큰 수익을 낳고, 그 이상의 전문화는 체감 수익이 줄어듭니다. 이는 한 가지를 깊게 파는 것 못지않게, 여러 분야에 걸쳐 ‘웬만큼 이해하는’ 폭넓은 기초 소양을 갖추는 일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한 줄로 단정 짓기엔 이르지만, 이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만큼은 비교적 또렷해 보입니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결과물이 맞는지 알아볼 줄 아는 사람—그것이 이 도구들과 함께 일하는 시대에 더 오래갈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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