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의 패배자는 힐러리 클린턴만이 아니다. 여론조사기관은 물론 언론, 선거 전문가, 모두 패배자가 되었다. 온갖 막말과 추문이 난무한 최악의 선거, 비호감끼리의 대결이었지만 트럼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핵폭탄 같은 충격에 빠졌다. 저학력 백인남성의 결집과 숨어있던 ‘샤이 트럼프(Shy Trump)’ 표심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분명한 것은 여론조사와는 달리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에서만큼은 트럼프가 확고한 우위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미국 대선의 또 다른 승자는 트위터다. 과거의 명성을 잃은 채 쇠락해 가던 트위터가 이번 선거에서 화려하게 부활해 맹위를 떨쳤다.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트위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선거 전 15개월 동안 트위터에는 무려 10억 건의 대선 관련 대화가 오갔고, 선거 당일에는 1분에 2만 7천 건이 쏟아졌다. 후보들의 TV토론 발언 하나하나의 사실 여부가 검증돼 실시간 트위터로 중계되었다. 트위터는 미국 대선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고, 후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수단이었다. 선거가 끝난 뒤 뉴욕타임스는 “트위터가 미디어 영향력과 정보 전달력을 느끼게 해줬다”고 평가했고, USA투데이는 “투표장에 가야 할 이유와 접속해야 할 이유를 트위터가 제공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활용해 유권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존재감을 드러내며 지지자를 결집했다. 여성 비하나 막말도 여과 없이 쏟아내는 이른바 ‘트위터 정치’를 했다. 이게 논란이 되자 선거 캠프가 계정을 공동 관리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로 트럼프는 트위터에 집착했다. 트럼프의 팔로워는 천3백만 명으로 천만 명을 조금 넘은 클린턴을 압도했다. 트위터 계정을 만든 시기가 클린턴에 비해 4년 앞서기는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트윗을 날린 숫자를 보면 트럼프가 3만 4천여 개로 클린턴의 9천 8백여 개보다 훨씬 많았다. 지난 9월 첫 대선후보 TV토론이 끝난 뒤 미국의 모든 언론은 일제히 클린턴이 승자라고 보도했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위터 점유율에서 클린턴이 38%였던 반면 트럼프는 62%나 되었다.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도 “가장 강력한 자산은 나의 기질(My strongest asset is my temperament)”이라는 트럼프의 말이었다.
그렇다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트럼프의 숨은 지지층을 트위터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트위터를 훨씬 잘 활용한 트럼프가 SNS에서만큼은 선거 과정에서 한 번도 우위를 놓치지 않았고, 클린턴을 압도한 것은 사실이다. 간결하고 분명한 트럼프의 메시지가 140자로 제한된 트위터에서 클린턴보다 더 위력을 발휘했다. 여기에 소셜 로봇(Social Robot)이 선거운동에 가세해 힘을 보탰다. 트위터에서 마치 사람이 하는 것처럼 가장해 자동으로 트윗을 생성하는 프로그램인 트윗봇(Twitter bot)이 대량의 트윗을 만들어 SNS에서의 지지도를 늘리는 데 한몫을 했다. 물론 트윗봇을 이용한 가짜 여론 조성은 클린턴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규모 면에서 트럼프를 따라가지 못했다.
실제로 미국 남부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이 9월 16일부터 10월 21일까지 36일간 만들어진 2천만 건의 대선 관련 트윗을 분석한 결과 19%인 380만 건이 사람이 아닌 소셜 로봇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로봇이 만든 이 트윗이 클린턴에게는 긍정과 부정이 반반이었던 반면 트럼프에 대해서는 일관성 있게 우호적 입장을 보여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 연구진의 분석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1차 TV토론이 끝나고 4일간 트위터에 올라온 내용 900만 건을 조사한 결과 트럼프를 지지하는 180만 건의 트윗 가운데 32.7%인 57만 6천 건이 소셜 로봇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 지지 61만 3천 건 가운데 22.3%도 마찬가지였다. 로봇에 의한 트럼프 지지 게시물이 클린턴보다 4배나 많았다. 트럼프나 클린턴 모두 트위터에서 로봇에 의해 지지도를 부풀렸고, 트럼프가 그 정도가 훨씬 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부풀려지고 조작된 지지도가 이번 선거 결과를 뒤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불 수는 없지만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비판하는 인공지능 로봇에 의한 가짜 여론 조성은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고 자칫 엉뚱한 선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가짜 여론 조작은 한국에서도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불거져 큰 파문이 일었다. 특정 사이트와 트위터를 활용한 이른바 ‘댓글 공작’이 은밀하게 자행된 것이 사실로 드러나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미국의 가짜 트위터 여론이 한국과 달랐던 것은 정보기관의 조직적 개입이 아닌 트위터의 공식적인 로봇 프로그램을 활용했다는 것과 가짜 트윗을 만든 주체가 후보 캠프인지 자원봉사자인지, 개인인지 구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향후 더욱 진화된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해 SNS에서 보다 정교한 방법으로 여론 조작이 가능해질 경우 정치적 논쟁을 왜곡시키는 것은 물론 선거의 향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정한 규제가 필요할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진화된 로봇이 단순히 대량으로 트윗을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서 사람처럼 대화하며 스스로 영향력을 키워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금번 미국 선거는 트위터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
곧 있을 대한민국 대선에서도 트위터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승리할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ㅎㅎㅎ
아시는 것처럼 트윗봇의 특성상 규제가 어려워 보입니다. 차라리 적극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ㅠㅠ
트위터의 경우 한국에서도 정치 관련 트윗이 많이 올라오고 그에 대한 의견 나눔이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트위터 포맷 자체가 간단하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밝히고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서치하는데 편리한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 최순실 사태를 파악하는데 트위터에 링크로 올라온 기사를 많이 참고 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경우 이 편리함 뒤에 가려진 그림자를 적절히 악용한 것 같습니다. 언제나 경계해야 되겠네요. 좋은 글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