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미래를 가늠할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미국 최대 자동차제조업체 GM이 휘발유나 디젤차를 버리고 2035년부터 전기차만 생산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또 하나, 현대기아차와의 협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애플의 전기차 시장 참여가 더욱 분명해졌다.
지금은 4위로 내려앉았지만 GM은 오랜 기간 세계 1위를 고수하며 자동차 업계의 대부 역할을 해왔다. 전성기 때는 직원 수가 무려 34만명이나 되었다. 자동변속기를 처음 선보인 곳도 GM이다. 이런 GM의 변신 선언은 자동차의 역사가 바뀌는 전환점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연료를 태워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차의 종말과 더불어 테슬라가 선도한 전기차 세상으로의 시장 재편이 더욱 확고해진 셈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 이름은 누구나 다 안다. 그만큼 제조업체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워낙 덩치가 큰 데다 수많은 부품업체를 거느려야 한다. 하지만 부품 수가 훨씬 적은 전기차 제조업체는 지금 춘추전국시대다. 테슬라가 이끌고 중국의 비야디(BYD)가 선도하며 현대기아차와 폭스바겐, 닛산, 아우디 등 기존 자동차 업체까지 이미 다양한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미국의 리비안(Rivian)이나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 등 생소한 기술 기업들도 다양한 모델을 공개하고 예약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 한국 홈페이지 캡처
흥미로운 것은 거대 글로벌 IT 기업들이 예외없이 전기차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현대기아차와의 제휴설이 거론되다 금방 수면으로 가라앉았지만 이전에도 미국의 포드, 일본의 혼다와 닛산 등과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혁신의 아이콘 아이폰의 애플이 파트너를 고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회사인 웨이모(Waymo)를 보유하고 있는 구글은 애플보다 앞서 있다. 이미 볼보와 자율주행 전기차를 공동 생산하기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와 협력 관계를 맺었고, 아마존은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대한 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구글 웨이모 홈페이지 캡처
중국 최대 검색 엔진이자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는 지리(吉利) 자동차와 합작해 바이두자동차라는 전기차 제조업체 설립을 발표했고, 알리바바는 이에 앞서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전기차 제조사인 즈지(智己)자동차를 세웠다. 인터넷과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독과점적 막강한 영향력과 부를 축적하며 거대 제국을 건설한 IT 공룡들이 전기차 시장까지 접수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와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은 자동차의 미래를 여는 두 축이다. 자동차는 변신을 거듭해왔다.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안전과 편의로 흐름이 바뀌었고, 기계장치에서 전자장치로 변신했다. 그리고 이제 AI 인공지능과 더불어 자동차 자체가 스마트폰 같은 역할을 하는 IT 장치,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로 거듭나고 있다. IT 산업이 자동차 산업을 포괄하는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다.
거대 IT 기업들은 AI와 자율주행, 음성인식, 사물인식 같은 첨단 기술을 선도하고 있고, 수많은 데이터를 쌓아놓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더불어 스마트홈, 스마트오피스가 자동차로 확장되는 게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전기차 시대, IT 공룡들이 주축을 이루며 참여하고 있는 배경이다.
현대기아차의 주가가 애플과의 제휴설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세계 5위 자동차회사가 애플의 선택 가능성에 따라 회사 가치가 급등락한 것이다. IT 제국과 자동차 업계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현대차가 세계적인 로봇기업 보스톤다이나믹스를 인수한 배경도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 없이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은 IT 제국, 신생 기술 기업, IT 제국과 자동차 업계의 합작,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의 독자 노선 등으로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나온 신차 가운데 전기차의 비율은 4% 정도, 아직은 초기 단계로 갈 길이 멀다. 애플카, 구글카, 바이두카를 내민 IT 제국이 자동차 시장까지 접수할 지, 전통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혁신과 기술력으로 시장을 지켜낼 지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반가운 글이네요. IT기업들의 자동차 업계 진출과, 현대의 추가 급락과 하락에 관한 뉴스는 접했거든요. 현대의 보스톤다이나믹스 인수는 몰랐는데, 정보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니 산업 분야의 통폐합이 일어나고 있구나…하고 느껴져요. 컴퓨터와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 아래 다 통합 후 세분화되는 느낌요. 진짜 격변하는 사회에 살고 있어서 무섭기도 하지만, 실제 격변의 주인공이 되니 단순 관찰자로서 재밌기도 하네요. 변화에 저항하지 않고 체념만 한다면 말이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기자동차 몇해 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기반시설들때문에
많이 망설여 지더라구요…
아직은 단순관찰자네요~
변화에 적응하려면 얼릉얼릉 지갑도 채우고 지식도 채워야 겠어요^^
몇년 전까지 제주도는 전기차 지원이 빵빵해서, 5년 전에 제일 싼 전기차, SM3를 샀어요. 제주도는 충전소를 집에 설치해주는 것도 지원해 줬었거든요. 그래서 전기차를 참 익숙해서 이 기사 잘 들어오네요.
현대차와 애플의 얘기는 뉴스를 통해서 접했었는데, 둘의 밀당이 장난 아니었겠다 싶어요. 애플은 절대 애플 타이틀을 놓으려 하지 않을테고, 현대차 입장에서도 단순 자동차 기술만 제공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이 않을 거 같구요. 조금씩 양보를 해야되는 데, 그 양보는 둘 다 할 수 없는~~! 과연 애플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해 집니다.
이제 모든 산업이 AI기반 산업으로 옮겨가는 시점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단순 기계산업을 바탕을 둔 기업과 AI기반 기업들 간의 합작은 필연인 듯 합니다. 여기에 끼지 못하는 기업들은 점점 뒤처지겠죠? 그리고 거대 기업의 거대화는 점점 심해질 거구요. 이제 세계가 몇몇 큰 기업에 의존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어쩜. 지금이 그렇네요. 저조차 이제 구글이 없으면 당장 불편하게 느껴질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