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치즈 갭(swiss cheese gap)’은 칸아카데미의 설립자 살만 칸이 학교 교육에서 아이들의 학력 부진이 시간이 갈수록 누적·심화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인용하는 표현입니다.

학교 교육은 일정한 시간에 배워야 할 내용이 정해져있고, 컨베어벨트처럼 쉼 없이 과정이 흘러갑니다. 소수의 아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될 기본 개념들을 조금씩 혹은 많이 놓치고 지나가고, 그것이 쌓이면 더욱 뒤떨어지거나 포기하거나 학교를 떠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구멍이 많은 스위스 치즈에 비유를 한 것입니다.

수학의 예를 들어볼까요? 사칙연산을 겨우 익히고 지나갔는데, 이어서 만나는 소수나 분수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함수는 더욱 힘들어지고, 결국 그 이후의 고급수학은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 메워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렇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칸이 종종 언급하는 통계가 하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역에서 기술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 전문대학)에 다니는 학생의 70%가 수학 보충 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그들이 6학년이나 7학년을 넘어서서는 별로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살만 칸이 이런 공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마스터리 러닝(mastery learning, 숙련 학습으로 표현)”입니다. 아이들이 매 단계의 중요한 기본 개념을 완전히 익힌 후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학습입니다. 이 방식의 학습에는 두 가지가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각기 다른 학습 발달 단계에 있는 아이들에게 개인화된 학습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아이들이 완전히 이해할 때 까지 반복해서 교육을 해주어야 합니다. 이런 방식이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온라인 학습이고, 살만 칸이 설립한 칸아카데미에는 “mastery learning” 철학을 디지털 환경에 적용한 것입니다. 칸은 “칸아카데미는 자신만의 시간과 속도로 배울 수 있으며, 반복 연습을 최대한 많이 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고 그것을 설명합니다.

칸아카데미가 설립한 오프라인 학교 칸랩스쿨은 연령별로 학년을 나누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학습수준에 맞춰서 다양한 연령 아이들이 함께 학습하는 통합 교육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교사는 없고,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멘토가 수업에 함께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치즈 구멍이이 더 크질 것을 우려한 칸아카데미는 요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먼저, 4세에서 18세 사이의 학생들을 위한 세부적인 일일 학습계획표를 만들어 학부모, 교사가 아이들이 가정에서 학습하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와 교사들을 위한 웨비나를 개최하였습니다. 칸 자신도 매주 평일마다 질문에 답하는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라이브스트림 담임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영화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자선가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습니다.

6월 중순, 칸아카데미는 학생들이 다음 학년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수학 능력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인 “새 학년을 위한 준비하기(Get Ready for Grade Level)”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학년에 들어가기 전에 어디에 틈이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스위스 치즈 갭”을 미리 알게 해줍니다. 선생님들은 모든 아이들의 학습수준에 관련된 정보를 대시보드를 통해서 알 수가 있습니다.

또 살만 칸은 개인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학생이 네트워크상의 교사와 연결하여 개인이 대화형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Schoolhouse.world 사이트를 열어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롱비치 통합교육구에서 50명의 교사와 80,000명의 학생들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졌다고 합니다.

소요는 초기부터 아이들이 칸아카데미를 학습에 활용할 것을 권장해왔고, 일부 아이들에게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성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원 봉사자들이 꾸리는 한국어 칸아카데미 사이트도 이제 많은 콘텐츠가 축적되었습니다. 부족한 학습을 충분히 보완하고, 새로운 온라인 학습 환경에 익숙해지는데 도움이 됩니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코로나 국면에서 아이들의 학습을 위한 대안으로 칸아카데미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위스 치즈 그만 먹게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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