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둔 학부모들의 큰 걱정 중의 하나는 아이들의 잘못된 디지털 기기 사용이다. 과잉의존 때문에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 폐해와 주의분산으로 인한 학습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문제가 아이들만의 것일까? 부모들의 잘못된 디지털 사용과 그로 인한 위험성은 과소평가되고 있다.
현대 사회의 부모는 역사상 어떤 시대보다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여성이 노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엄마들은 과거보다 자녀를 돌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런데,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그 만큼 좋아지고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모는 자녀들의 삶에 지속적으로 관여하지만 관계의 질이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끼어든 디지털 기기는 상호작용을 방해하고 있다. 아이들은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스크린에 노출되고, 미취학 아동도 하루 4시간 이상 디지털 화면을 마주한다. 부모의 디지털 사용시간은 하루 8시간을 넘어서고 있다. 부모와 아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각자 디지털 기기에 빠져서 단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2010 년 초 보스턴의 연구진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한 명 이상의 어린이와 함께 식사를 하는 55명의 부모들을 은밀히 관찰했다. 성인 40명은 스마트폰에 녹아들었고 일부는 아이들을 거의 무시했다. 후속 연구는 225명의 어머니와 6세의 어린이들을 친숙한 환경에서 음식을 제공하고 상호작용을 비디오로 촬영했다. 관찰 기간 동안 부모의 25%는 스마트폰을 사용했으며, 자녀와의 언어 및 비언어적 상호작용이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이의 발달은 상호관계에 의존한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한 실험에서 사람에게 중국어 교육을 받은 9개월 된 아기는 특정 음정 요소를 구분할 수 있었고, 동영상을 본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템플대학의 히시-파섹(Hirsh-Pasek) 교수는 최근에 점점 더 많은 연구가 대화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언어는 학업 성취에 대한 가장 좋은 예측 변수이고, 언어 능력의 핵심은 어른과 아이들이 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히시-파섹 교수팀이 실시한 또 다른 실험은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이 어린이의 언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한 것이다. 38명의 어머니와 2 세의어린이를 같은 방에 있게 하고 어머니에게는 두 개의 단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과제가 주어졌다. 실험 도중에 어머니들은 다른 방에 있는 조사자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결과는 당연하지만 아이들은 새로운 단어를 배우지 못했다. 재미있는 것은 7명의 어머니가 조사자의 전화를 받지 않아서 조사 결과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이다. 훌륭한 부모가 아닌가.
부모의 디지털 기기 사용은 아이들과의 관계에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산만한 부모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을 때 짜증과 불안함을 느낀다. 그런 상황에서 함께 있는 아이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놓치거나 잘못 읽게 된다. 부모와 아이가 단절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자녀들에게 부모가 스마트폰이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당연히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에 더 의존하게 된다.
부모들이 자신의 디지털 기기 사용 형태에 문제 의식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합리화할 이유가 많기 때문이다. 일을 위해서, 사회적 관계의 유지를 위해서, 혹은 또 다른 이유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중독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할지도 모른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디지털은 우리 사회의 지배적 양식이고, 누구도 디지털을 떠나서 생활 할 수 없다. 시간이 갈수록 디지털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해야 할 것이다. 그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일부 심리학자들이 말했듯이 우리가 “테크놀로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면, 기술이 만든 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이에게 온전히 헌신할 수 있는 시간을 위해 모든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연결사회의 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아이들과 있을 때는 스마트폰을 던져 버리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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