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아이맘의 취학전 아이들 모임인 ‘이루다’팀과 함께 3년 만에 한라생태숲을 소요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아이와 엄마가 함께 공원이나 숲을 가볍게 산책하면서 이야기와 먹거리를 나누는, 말 그대로 소요하는 시간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3년만에 다시 만나는 즐거운 자리라서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종이 비행기 날리기”였습니다. 각자 다양한 종이를 준비해와서 크기와 색깔, 그리고 모양이 각기 다른 비행기를 접어서 한라산을 보면서 날려보았습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과학 교육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제주에는 공항이 있어서 아이들이 비행기를 볼 일이 많아서 종이비행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비행기에 관련된 물리적 현상을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비행기를 접기도 하고, 어떤 모양이 멀리 날아가는지, 누가 제일 멀리 보내는지 겨루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조금 색다른 비행기를 아이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평소에 수학 공부를 하면서 풀이할 때 사용하던 노트의 속지를 접어서 아이들에게 주었습니다. 각자 집에서 색종이나 다른 예쁜 종이로 만들어 보고 또 준비해올 것이기 때문에 다른 느낌의 재료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수학 공식을 접하게 될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들이 종이 비행기에 쓰여 있는 이상한(?) 문자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한 것은 아닙니다. 흥미를 가지고 물어 봐주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짧은 시간 동안에 무의식이라도 남는 것이 있기를 바랬던 것입니다. 다행스럽게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할 친구가 수학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이 던진 종이비행기가 제주 공항을 날아오르고, 멋진 우주선이 되어서 먼 우주를 항해하는 모습을 또렷하게 보았습니다. 저 혼자 본 것이 아닙니다. 함께 한 아이의 부모들과 한라산이 같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비행기 날려 보내고, 한라 생태숲을 산책했습니다. 가을 정취에 젖기도 하고, 휴게 공간에서는 놀이도 하고 정성이 담긴 간식을 즐겼습니다.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했지만, 산책 도중에 엄마들과 나눈 이야기들도 오래 여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소요유(逍遙遊)! 순수한 아이들 덕분에 한없이 자유롭게 노닐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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