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안개가 심하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설 때는 비상등을 켜고도 불안하다.
그래도 산 하나를 넘어가는 동안 안개가 사라진다.
안개는 우리 동네에서만 무성했던 것이다.
집을 나가지 않는 날은 안개가 걷히는 모습을 오래 바라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따끈하게 내리쬔다.
어느 한 시절에는 삶이 안갯속 같았다.
지나고 보면 괜찮아지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젊었고,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때였다.
어느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었다.
삶의 목표가 어디 있느냐고.
태어났으니 살아갈 뿐이라고.
그런데 그냥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도달할 곳은 죽음임에도.
다행히 지금은 적어도 안갯속에 갇히는 일은 없다.
안개가 사라진다는 것도 알았다.
지금은 때때로 안갯속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너무나 명확한 것들이 두려울 때가 있고 소란도 견디기 힘들 때가 있으므로.
안갯속에서는 그것들이 침잠된다.
이후에는 내 안에서 명징한 것들이 보인다.
그러면 다시 살아갈 수 있다.
[출처] 안개 속에서|작성자 생각을담는집
“다행히 지금은 적어도 안개 속에 갇히는 일은 없다.”
삶을 살아보고 어느 정도 통달한 분 같아요.
사는 건 안갯속 같습니다.
다만 천지 분간 안 되는 짙은 안개인지, 곧 걷힐 것만 같은 흐린 안개인지 정도의 차이랄까요?
그래도 이만큼 살아오니까(?) 안개 걷힌 따뜻한 날도 곧잘 느껴지네요.
상황이 바뀌었을까요, 사람이 바뀌었을까요?
비슷한 일상인 듯 아닌 듯한 오늘을 다시 살아내겠습니다.
따뜻하게요.^^
(글을 보고 웃고 있으니 맞은 편에 앉아 숙제하던 딸이 “엄마 뭐 봐?”하며 궁금해하네요.
딸아, 고마워 덕분에 오늘도 따뜻할 거 같아^^)
고맙습니다:) 딸 덕분에, 그리고 사방의 무엇인가로의 덕분에, 따듯하게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