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각인효과로 인해 아이들이 처음 디지털 세상과의 만남이 향후 사용 습관과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잠시 우리 주변을 둘러봅시다. 바쁜 일 때문에 혹은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엄마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가족들이 모여 앉은 식사 자리에서 부모들의 눈이 스마트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지 않나요? 거실의 한편에 모셔져 있는 컴퓨터를 부모들은 어떻게 사용하고 있습니까? 조금 크면 부모 몰래 컴퓨터로 게임에 빠져있던 아이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지고, 그들은 자기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는 ‘혼자 방해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오락도구’로 각인됩니다.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가 학습 혹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모두 함께 사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용 장소와 부모의 사용 행태가 중요합니다.
유치원이나 학교와 같은 교육 기관에서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한국의 교육 현실과 사물인터넷(IoT)의 확산으로 태어나자마자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가정에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가정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사용 장소는 거실과 같은 오픈된 공간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외국의 전문가들은 가족들의 스마트폰 충전기를 거실 한 곳에 모아둘 것을 권장합니다. 또, 가족이 함께 있을 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거나, 잠자리에 가져가는 것은 자제되어야 합니다.
3세 미만은 많은 전문가들이 노출을 금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니 그것을 부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유치원 취학 전까지는 부모가 육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스마트폰을 주는 것은 아이와 정서적 연대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아이가 옆에 있는데 부모가 디지털 기기에 몰입하는 것은 아이에게 자신보다 그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합니다. 하루에 짧은 시간(30분 정도)을 아이들과 함께 그림 그리기나 음악 등을 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가능하면 공공도서관에 멀티미디어실과 같이 컴퓨터가 있는 곳에 아이들과 일주일에 한번 정도 같이 가서 자료를 검색하거나 좋은 사이트를 함께 보는 것은 디지털 기기가 개인의 물건이라는 생각을 줄여주고, 계정 정보 보호 등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교육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나 어플, 혹은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도 함께 해야 할 일입니다. 제주의 알로앤, 춘천의 나비와 같은 깨어있는 교육공동체가 주변에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아이들의 올바른 사용 습관 형성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사용에 대한 약속을 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입니다. 하루 중 사용시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지키지 않았을 때 주어질 불이익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고 그것을 가능하면 서면으로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그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가이드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심리 상태, 부모와의 신뢰 관계 등을 고려해서 자연스럽게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한 명 한 명의 아이가 하나의 우주라는 사실을 늘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한국적(?) 디지털 문화에 빠져든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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