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꽃을 피운 것이 신기하고 기특하고 고마워 매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꽃대는 모두 두 대.

한 대가 더 빨리 꽃을 피웠고, 다른 한 대는 그보다 늦었다.

어느 날 더 빨리 꽃을 피운 꽃대가 꺾였고, 얼마 후 그 옆의 꽃대가 꺾였다.

차마 버릴 수 없어 사발에 담고 또 바라봤다.

꺾인 꽃은 바로 시들게 마련인데, 이 꽃은 며칠 더 갔다.

그대로 말라가고 있는 중이다.

다육이 종류인 이 꽃가지는 어찌나 연하고 부드러운지 당황스러울 정도다.

어쩌다 보니 꽃의 일생을 봤다.

화분은 바닥에 있어 자세히 꽃을 보려면 쭈그리고 앉아야 했다.

햇살이 좋을 때 쭈그리고 앉아 있다 보면 다리가 저렸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그러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을 살펴보고 있었다.

내가 스스로 챙겨 보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의 마음.

시골살이의 소소한 일상에도 누군가의 한마디 때문에, 누군가의 문자 하나 때문에 마음이 환해졌다 까매졌다 한다.

부대끼면서 살았던 시절에 비하면 꽤 사치스럽지만, 그래도 마음을 챙기고 살아야 한다.

꽃을 보면서 생각했다.

몸도 마음도 아끼지 말고 다 쓰고 어느 날 저렇듯 툭 꺾였으면 좋겠다.

인쇄하기
이전
다음
1+

소요 사이트를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액수에 관계없이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이 소요 사이트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협동조합 소요 국민은행 037601-04-047794 계좌(아래 페이팔을 통한 신용카드결제로도 가능)로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