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꽃을 피운 것이 신기하고 기특하고 고마워 매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꽃대는 모두 두 대.
한 대가 더 빨리 꽃을 피웠고, 다른 한 대는 그보다 늦었다.
어느 날 더 빨리 꽃을 피운 꽃대가 꺾였고, 얼마 후 그 옆의 꽃대가 꺾였다.
차마 버릴 수 없어 사발에 담고 또 바라봤다.
꺾인 꽃은 바로 시들게 마련인데, 이 꽃은 며칠 더 갔다.
그대로 말라가고 있는 중이다.
다육이 종류인 이 꽃가지는 어찌나 연하고 부드러운지 당황스러울 정도다.
어쩌다 보니 꽃의 일생을 봤다.
화분은 바닥에 있어 자세히 꽃을 보려면 쭈그리고 앉아야 했다.
햇살이 좋을 때 쭈그리고 앉아 있다 보면 다리가 저렸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그러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을 살펴보고 있었다.
내가 스스로 챙겨 보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의 마음.
시골살이의 소소한 일상에도 누군가의 한마디 때문에, 누군가의 문자 하나 때문에 마음이 환해졌다 까매졌다 한다.
부대끼면서 살았던 시절에 비하면 꽤 사치스럽지만, 그래도 마음을 챙기고 살아야 한다.
꽃을 보면서 생각했다.
몸도 마음도 아끼지 말고 다 쓰고 어느 날 저렇듯 툭 꺾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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