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광이 그려내는 농촌은 충남 보령이다. 그는 그곳에서 자랐고, 그곳에 부모님과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어른들이 계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그들이 곧잘 등장한다. 물론 소설이므로 각색이 들어갔겠다.
소설집임에도 불구하고 연작쯤으로 읽힌다. 시골동네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음직한 일들. 살아있는 인물과 귀에 익은 사투리(난 서울에서 자랐지만 아버지 고향이 충남 서천이다).
소설집을 들고 꼼짝없이 앉아 읽었다. 입담도 좋아 술술 읽힌다. 재미도 있고, 생각거리도 적잖게 있어 다음이 궁금해 읽어내려가다 어, 하고 잠시 멈춰야 한다.
표제작 `놀러 가자고요’는 동네 어른들 모시고 놀러 가기 위해 노인회장님 사모님께서 일일이 전화를 거는 이야기다. 놀러는 가기로 했는데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가냐 안 가냐 확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그런데 전화받는 이들이 전화를 하면 간다, 안 간다 한번에 딱 끝나지 않는다. 가는 사람은 가는 사람대로, 안 가는 사람은 안 가는 사람대로 이야기가 많다.(그러니 소설이 되겠지만.) 그걸 다 듣고 맞장구를 쳐야 하는 사모님, 정작 당신은 아파서 가지도 못한다.
책 속 한 구절.
‘그 많은 회장들이 무슨 맛에 회장을 하는 건지 알겠더라니까. 내가 맡은 게 노인회장 자리니 망정이지, 다른 회장 자리면 큰일 날 뻔하지 않았어? 노인회장 자리도 이 좋은 맛에 취하다 보면 계속하고 싶어질 거 같더라고. 그게 독재의 시작 아니겠어?’

소설집 첫 작품 ‘장기호랑이’는 아이와 아버지가 나온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참 따뜻한 아버지구나 생각했다.

김종광은 이전 소설 <경찰서여 안녕><낙서문학사>를 통해 이미 믿고 보는 작가다. 그때보다 세월이 훅 흘러 청년이던 그도 중년이 되었다.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문구 선생님이 생각난다. 이문구 선생보다는 진한 사투리를 덜 쓰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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