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살인 유마 소에리안토(Yuma Soerianto)는 그 나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농구를 좋아하고, 비디오 게임을 즐기고, 피아노를 치고, 태권도 검은 띠를 땄다. 특별한 게 있다면 최연소 앱 개발자라는 사실이다. 애플의 앱 스토어에는 유마가 만든 8개의 앱이 있다.

부모와 함께 싱가포르에서 호주로 이주한 유마는 6살 때부터 혼자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에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말로 하는 계산기(Kid Calculator)를 만들었고, 날씨에 따라 옷 입는 법을 말로 알려주는 앱(Weather Duck)과 근처의 음식점을 알려주는 앱(Hunger Button)을 잇따라 내놓았다. 최근에는 얼마나 높이 블록을 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강현실 게임(Let’s Stack AR!)을 선보였다.

멜버른의 초등학생인 유마는 2017년에 애플이 개최한 세계 개발자 회의(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WWDC)의 최연소 참석자였다. 여기서 그는 애플의 CEO인 팀 쿡(Tim Cook)을 만났고, WWDC의 장학금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쌓은 이런 경험과 실적은 부모의 현명한 가르침과 일찍이 자기 관리를 할 줄 알았던 게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출처 씨넷(CNET)

학교에서 돌아오면 주로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던 유마는 낮에 하는 재방송에 싫증이 났고, TV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멀티미디어 디자이너인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온라인 게임과 설명서를 통해 자신의 웹 사이트와 간단한 브라우저 게임을 만들게 되었고, 특히 세계 명문 대학들의 강의를 컴퓨터와 아이폰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는 아이튠스 유(iTunes U)를 만나게 된 게 결정적 역할을 했다. 스탠포드 대학이 제공하는 아이튠스 유 iOS 개발 과정을 아버지로부터 소개받은 유마는 꾸준히 따라하며 4개월만에 과정을 마치고 스스로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코딩 열풍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중학교의 정규 교과목으로 코딩이 들어갔고, 소프트웨어 특기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이 생겨났다. 학원가는 코딩 간판이 우후죽순 늘어나며 들썩이고 있다. 유아 교육에도 코딩이 등장했다. 코딩이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것은 맞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 혁명은 생활 속에서 코딩을 이해하고 적용할 필요성을 만든다. 때문에 어릴 때부터 쉽게 접근하고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코딩 교육을 제도적으로 의무화 한 나라도 많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의 코딩 열풍이 전국에 빼곡하게 들어선 영어 학원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의 손에 이끌려 관행적으로 학원 문을 두드린 지 수십년이 되었지만 한국은 아직도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나라다. 입시와 취업, 경쟁이라는 목표만 있었지 활용과 적용의 과정이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코딩도 그런 절차를 밟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필요성만 강조하며 사교육의 새로운 빗장을 여는 것처럼 비친다.

유마는 한 회사로부터 증강현실 앱 제작을 의뢰 받았다. 또 유투브에서 ‘Anyone Can Code’라는 코딩 교육 채널을 운영한다. 코딩을 배울 때 느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 눈높이로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유마는 앱을 만들어 사람들을 돕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유마가 코딩을 배운 것은 부모의 의지가 아니었고, 돈이 들지도 않았다. 유마의 아버지는 IT 전문매체인 씨넷(CNET)과의 인터뷰에서 “기술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유마의 꿈이 실현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말을 덧붙였다. “유마는 아직 11살이다. 어떤 길로도 갈 수 있다. 내년에는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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