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전성기 못지않은 경기력을 보이는 프로배구 선수가 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센터이다. 센터는 멋진 가로막기로 경기의 흐름을 순식간에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상대 수비가 준비되기 전에 빠르게 공격하는 속공을 주로 한다. 이 선수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속공 외에 자신만의 특별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 속공’이 그것이다.

힘든 훈련과 경기를 치르면서도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학구적인 그 선수는 디지털 활용에도 남다르다. 경기 전후에 상대팀의 전력을 분석하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 문제점을 찾기 위해 디지털 단말기로 영상을 분석하고, 각종 데이터를 꼼꼼하게 챙긴다. 훈련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모은 데이터가 외장 하드 10개 분량이라고 한다. 그의 나이를 뛰어넘는 활약의 숨은 무기는 디지털을 활용한 속공이었던 것이다.

이제 지도자의 꿈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디지털 속공’을 더 세밀하게 다듬고 있다. 검색과 번역기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리그나 선수 동향, 새로운 흐름들에 대한 접점을 넓히고 있다. 경기 분석 시스템이 주는 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직접 필요한 분석 툴을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 개발 공부를 시작하였다. 그에게 디지털은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지금까지 삶의 중심이 되었던 배구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오래 할 수 있게 해주는 동반자이다.

하루에 절반 이상을 디지털에 의존하는 세상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그것에 눈을 감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현실과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인은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울 수 없고 배우지 않고 다시 배우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디지털 문맹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알지 못하는 것을 배우려는 용기이다. 그 배구 선수의 ‘디지털 속공’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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