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같아지기 위해서 죽을 만큼 뛰어야 한다.’ 삶의 지혜와 같은 이 한 마디는 RPG게임 속에서도 적용된다.

RPG게임은 콘텐츠가 제한적이다. PVE(Player vs Environment), 즉 컴퓨터와 대결을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비록 사람과 사람이 경쟁하지만, 게임의 규칙과 그 환경은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컴퓨터가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템이다. 아이템은 게임 참여자의 능력을 증가시킨다. 최고의 아이템은 최고의 게임능력을 중요한 수단이다. 게임 내에서 아이템의 최고 정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많은 유저들은 이 경지를 향해 아이템을 얻는 행동을 한다. 이를 게임에서는 ‘파밍’이라고 한다.

RPG게임에서의 파밍은 시간을 사용하여 게임 내의 콘텐츠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1인 던전이기도 하며 여러 명이 함께하는 레이드 일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RPG게임의 주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RPG게임의 파밍의 의미가 변질되어 가고 있다. 파밍이 시간과 노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위 ‘현질’이라는 게임 사용자의 지갑을 여는 회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수익을 추구하는 게임회사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전략이지만, 그 폐해는 만만치 않다. 특히 국내 게임회사들에 의한 파밍의 변질은 심각한 상황이다.

RPG게임은 정말 단순한 구조를 가진다. 모든 게임은 계정생성, 더 높은 수준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의 레벨 올리기, 게임 아이템 획득하기로 이어진다. 파밍이 끝나면 일종의 휴식기를 가지며 다음 업데이트를 기다린다. 대부분의 RPG게임이 활성화되는 시기가 파밍구간이다. 이 구간의 길이는 게임회사에서 대규모 업데이트 시점에 조절한다. 새로 업데이트된 게임의 파밍을 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 단계의 파밍이 필수적이다.

물론 이러한 파밍구조에서 최신 콘텐츠의 파밍이 모두 끝난다면, 이전 콘텐츠에서 파밍한 아이템은 필요 없는 짐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RPG유저들은 항상 업데이트를 주시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기다리는 것이다. 또한 게임사 역시 파밍기와 휴식기를 적절히 조절하여 다음 업데이트를 준비하기도 한다.

한국 게임에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파밍이 있다. 파밍에 있어서 게임의 실력이 사용자의 노력이나 투여하는 시간과는 관계가 없는 다른 요소가 개입이 된다. 소위 ‘과금성 파밍’이다. 돈으로 아이템을 구매하면 노력과 시간을 들인 것 보다 더 나은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즉 ‘돈’이 실력을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RPG게임에서의 파밍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돈은 있으나 시간이 부족한 성인들은 ‘과금성 파밍’으로 빠른 시간 내에 실력을 획득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청소년들은 시간과 노력을 조금 더 집중해서 게임에서 성취감과 재미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 RPG게임의 문제는 ‘과금성 파밍’이 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산 RPG게임은 현금 소비 없이 노력만으로 파밍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면 사용자들은 지갑을 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경쟁에서의 승리와 레벨 올리기가 게임을 즐기는 가장 큰 요소인 상황을 고려하면, ‘과금성 파밍’은 사용자들에게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다.

최근에 2천만 원을 게임 아이템 구매에 소비한 사용자의 인터뷰 기사가 소개되었다. 한편으로는, 과도한 ‘현질’ 유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매출로 회사의 주가를 치솟게 한 ‘리니지M’이라는 게임도 있다.

국내에선 더 이상 RPG가 과거처럼 빛을 보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의 위기는 ‘신데렐라법’으로 대표되는 규제가 아니라 사용자의 지갑만 노리는 국내 게임업계의 욕심에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사용자들에게 노력과 시간으로 게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파밍’을 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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