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이라는 한국에 특이한 법이 하나있다. 이른바 ‘신데렐라 법’이라고 불리는 셧다운제이다. 이 법은 여성가족부 발의로 청소년들을 게임의 위험으로 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2011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되었다. 그 주요 내용은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을 제한한다‘ 것이다.
입법 단계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던 이 법은 여전히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게임 산업 진흥과 아이들의 보호라는 찬·반 논리는 쉽게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최근 한 대학에 제출된 석사 학위 논문에서 셧다운법의 주요 목적의 하나인 아이들의 수면시간을 늘리는데 전혀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논문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 이후에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은 단7.6분이 늘어났을 뿐이며, 게임 이외의 여가 활동 시간의 증가는 채 20분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게임 사용시간의 법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미미하게 나타난 것일까? 그것은 법이 게임과 아이들의 게임사용에 대한 이해 없이 조급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법의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청소년들이 성인의 주민번호로 게임을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16세 미만의 청소년이 부모나 성인이 된 형제의 명의로 계정을 만들었을 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게임을 즐기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의 주민번호를 외우고 있는 것은 이 법으로 인한 효과(?)일지도 모른다.
둘째, 컴퓨터의 온라인 게임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요즘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디지털 기기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셧다운제는 그 중에서 컴퓨터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결국 혼자서 하는 콘솔게임이나 요즘 청소년들이 주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셋째, ‘사용 시간대’는 제약하고 있지만, 정작 청소년들이 나쁜 행동을 하게 하는 아이템 구매와 같은 결제는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법의 대상이 아닌 모바일 게임은 최근 리니지M의 사례에서 보듯이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쓰게끔 유인한다.
셧다운제는 게임의 유해성에서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법의 취지를 실현하기 힘든 법 자체의 미비점이 있다. 결국 이 법은 눈에 보이는 것만 막아보려는 ‘보여주기 법’으로 전락하였다는 것이 게임 사용자들의 평가이다. 누구도 이 법이 청소년들을 게임의 유해성에서 보호하는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런 실효성도 없는 셧다운제는 다른 측면에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청소년들에게 게임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거나 정당하지 못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게임은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문화이면서, 친구들과 사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부모들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청소년들을 음지로 몰고 있다. 시간에 쫓긴 신데렐라는 집으로 가지 않았다. 파티가 열린 성의 어느 컴컴한 곳에서 혼자만의 춤을 추고 있을지 모른다. 신데렐라를 자유롭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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