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는 전 국민적 연례행사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올해도 국민 100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47명이 여름휴가를 가고, 이 가운데 대다수인 87.2%가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휴가기간은 2.9일이었다.

이렇게 짧은 기간 교통체증과 찜통더위를 마다하지 않고 잠시라도 일상을 떠나는 것은 말 그대로 쉼을 얻자는 데 있다. 산이나 바다를 찾는 이유가 오직 더위를 식혀줄 물과 그늘을 찾아서라면 굳이 집 떠나 고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을 만끽하며 지친 심신을 달래고 삶의 활력을 얻고자 하는 게 예나 지금이나 휴가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던가. 더구나 생활 영역이 사이버 공간으로 무한정 늘어나 그물망처럼 촘촘히 엮여 살아가는 디지털 시대에는 더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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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앱캉스’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프랑스어로 휴가를 뜻하는 바캉스의 합성어인데, 한마디로 휴가의 모든 것을 스마트폰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숙소를 정하고, 빠른 길을 찾고, 차를 빌리고, 맛집을 찾고, 음식을 배달시키고, 간 곳마다 소식을 전하고,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올리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고, 웹툰과 영화를 보고… 만능의 스마트폰이 일상은 물론 휴가에서 더욱 빛을 바라는 필수품이라는 것인데, 스마트폰을 더욱 굳게 움켜쥐고 눈에서 떼지 못하는 이런 휴가에서 과연 진정한 휴식을 찾을 수 있을까?

누구나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요즘 미디어 기기의 과다 사용과 그릇된 사용으로 인한 문제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심각한 고민 가운데 하나다. 편리함 속에 담긴 지나친 몰입 현상은 누구도 쉽게 벗어나기 힘들고, 절제 요구와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도 어렵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균형감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공동의 책임이 있다.

그런 점에서 휴가 중 사용할 앱을 시시콜콜 알려주며 사용을 부추기는 일부 언론매체들의 보도 행태는 아무리 효용성과 편의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지나치다. 노골적으로 특정 앱과 디지털 기기를 부각시키기도 해 광고와 결탁된 홍보성 기사를 의심케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관광객 유치 명목으로 깊은 산속 산사에까지 초고속 무료 데이터망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조화로운 디지털 세상을 위한 제도적 노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를 멀리한 채 휴식을 취하며 아날로그적 삶을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디톡스존을 휴가철 한시적이라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다.

미국의 시가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2010년 ‘인터넷이 죽인 것들(what the internet killed)’ 14가지를 꼽았는데, 이 가운데 하나로 ‘휴가’를 지목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이메일과 인터넷을 확인해야만 하는 습관이 책 한 권 가지고 불안감 없이 떠났던 휴가를 사라지게 했다는 것이다. 6년이 흘러 모바일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대세를 이룬 지금은 더 말할 나위 없다. 휴가를 휴가답게 보내는 것, 디지털 기기와의 거리두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는 잠시 꺼두는 게 좋습니다.’라던 십수 년 전 한 통신사의 광고 문구가 기억에 남아 여전히 공감을 얻는 것은 지금이 바로 절실히 꺼둬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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