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오페라 축제인 이탈리아의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Aena di Verona Festival)가 7월 2일부터 9월 4일까지 두 달간 열린다. 이탈리아 북부의 베로나에 있는 로마시대 원형경기장 아레나에서 열리는 베로나 축제는 해마다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오페라를 즐기지만 지난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취소되었다.

서기 30년에 지어져 검투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던 이 고대 원형경기장은 최대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다 뛰어난 음향 전달로 1850년대부터 오페라 공연이 열리기 시작했고, 1913년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맞으면서 본격적인 야외 오페라 축제 장소로 자리잡았다. 2021년 베로나 오페라 축제가 새롭게 조명을 받는 것은 한 해 쉬었다가 다시 열리는데다 기술이 오페라의 중심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오페라는 음악과 문학과 무대 장치가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다. 이야기 줄거리에 따라 장소 배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에 맞는 무대 세트를 만들어 막이 바뀔 때 교체해야 한다. 이번 베로나 축제는 기술이 무대 세트를 대신한다. 거대한 led 스크린과 3d 입체 영상이 오페라와 결합했다..

축제 개막 시사회에서 선보인 피에트로 마스카니(Pietro Mascagni)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는 1800년대 말 시칠리아의 한적한 시골 마을의 부활절을 배경으로 불륜과 치정을 다룬 사실주의 오페라다. 마을과 교회, 산비탈이 입체적인 배경으로 등장하고, 움직이는 구름은 역동성을 더한다. 영상으로 새로운 무대를 꾸민 것이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베로나 축제 홈페이지 캡처

전통적인 무대 세트 대신 오페라에 3d 영상 기술을 접목한 까닭은 여전히 위협적인 코로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경기장 한쪽 면을 무대로 사용해 13,500명이 입장할 수 있지만 거리 두기로 실제 관객은 6,000명으로 제한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합창단도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무대 세트까지 더해지면 관람석은 더 줄어드는 상황, 그래서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 3d 입체 영상으로 무대를 넓게 쓸 수 있게 하고, 경기장 맨 꼭대기 좌석의 관객도 제대로 관람할 수 있게 만들었다.

베로나 축제의 무대 영상은 이탈리아의 비디오 디자인 전문업체 디워크(D-WOK)가 만들었다. 디워크는 과거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Aida) 무대 영상도 제작했다. 이렇게 새로 태어난 아이다는 7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된다. 베로나 오페라 축제처럼 코로나 팬데믹 같은 특별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관객에게 더욱 다이나믹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디워크 홈페이지 캡처

오페라 무대 세트를 대신하는 이런 기술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또는 비디오 맵핑(Video Mapping)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벽면 또는 특정 공간이나 물체에 영상을 비춰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대중 가수의 콘서트나 광고에 활용되고, 불꽃놀이 같은 화려한 영상쇼를 연출할 때 이용되기도 한다. 주목할 것은 전통에 의존하는 오페라에도 이런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이 전통 예술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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