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 29일, OpenAI가 결제 처리 업체 스트라이프Stripe와 손잡고 ‘Agentic Commerce Protocol’을 출시하면서 온라인 쇼핑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챗GPT 대화창 안에서 Etsy 제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게 하며, 곧 쇼피파이Shopify에 입점한 100만 개 이상의 판매자로 확대될 예정이다. 대형 브랜드부터 소규모 상점까지, 사용자들은 대화를 나누다가 한 번의 탭으로 구매를 완료할 수 있다.
소비자 행동에 대한 AI의 영향을 연구하는 마케팅 연구자들은 이것이 스마트폰 등장 이후 가장 큰 쇼핑 방식의 변화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30년 인터넷 쇼핑 패러다임의 종말
지난 30년간 인터넷 쇼핑은 일관된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소비자는 필요한 것을 검색하고, 여러 옵션을 비교하며, 스스로 결정하고, 구매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챗GPT는 2025년 9월까지 주간 사용자 8억 명을 달성하며 소셜미디어 플랫폼보다 4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주요 유통업체들은 Agentic Commerce Protocol 출시 며칠 만에 이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편리한 기술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를 항상 과소평가해왔다. 얼마 전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선 사람의 차를 타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지만, 현재 우버는 1억 5천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편리함은 언제나 승리한다.
AI 쇼핑 보조의 3단계 진화
AI 쇼핑 보조는 세 단계를 거쳐 진화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온디맨드 AI’로, 사용자가 챗GPT에 질문하면 답변을 제공하는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단계다. 두 번째 단계는 ‘주변 AI’로, AI가 능동적으로 제안을 시작한다. 상상해보자. 아침 6시에 휴대폰에 알림이 온다. 챗GPT가 “이번 주 뉴욕 출장을 보는데요. 당신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호텔 근처 레스토랑 세 곳을 찾았습니다. 예약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다. 세 번째 단계는 ‘자동조종 AI’로, AI가 사용자에게 묻지 않고 직접 구매를 진행한다. 사용자는 편리함을 얻는 대신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조언 환상: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추천
연구자들은 AI의 응답이 만들어내는 현상을 ‘조언 환상’이라고 부른다. 챗GPT가 세 개의 호텔을 제안할 때, 사용자는 이를 광고로 인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식이 풍부한 친구의 추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사용자는 그 호텔들이 노출 대가를 지불했는지, 혹은 챗GPT가 보여주지 않은 더 나은 옵션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전통적인 광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고 무시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AI 추천은 객관적이지 않더라도 객관적으로 느껴진다. 원탭 구매 기능과 결합되면 전체 과정이 너무 매끄럽게 진행되어 사용자는 다른 옵션을 비교할 여유조차 갖지 못할 수 있다.
거대 기술 기업들의 경쟁: 수조 달러 시장 선점
OpenAI만이 이 경쟁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같은 달 구글은 경쟁 프로토콜인 AP2를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도 유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기업은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을 통제하게 되며, 연간 수조 달러에 달하는 거래에서 일정 비율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ChatGPT 사용자들은 Etsy에서 대화 중 즉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애플 페이, 구글 페이, 스트라이프, 또는 신용카드로 원탭 결제가 가능하다. 제품 탐색, 리뷰 읽기, 구매 완료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이 통합 경험은 온라인 쇼핑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시장에 대한 함의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이커머스 보급률을 자랑한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과 같은 국내 플랫폼들이 이미 강력한 입지를 구축한 상황에서 글로벌 AI 기업들의 쇼핑 기능 통합은 새로운 경쟁 구도를 예고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빠른 배송과 편리한 결제 시스템에 익숙하지만, AI 기반 추천과 원탭 구매가 결합될 때 소비 패턴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와 소비자 권익 측면에서 중요한 질문들이 제기된다. AI가 사용자의 대화, 선호도, 구매 이력을 분석하여 제품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고 활용되는가? AI가 보여주는 옵션이 실제로 최선의 선택인가, 아니면 상업적 이해관계에 의해 필터링된 것인가? 소비자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통제권을 포기하고 있는지 인식하고 있는가?
편리함과 자율성 사이의 균형
문제는 AI 쇼핑이 주류가 될 것인가가 아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무엇을 사고 왜 사는지에 대한 진정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다. 개방된 인터넷은 사람들에게 정보와 선택의 세계를 손끝에 제공했다. AI 혁명은 그것을 앗아갈 수 있다. 강제로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결정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너무 쉽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스스로 진정으로 선택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잊게 만드는 방식으로 말이다.
물건을 사는 행위가 문자를 보내는 것만큼 무의식적으로 변하고 있다. 편리함은 언제나 승리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가 무엇을 잃게 될지는 신중히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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