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클릭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다. 구글이 자사 검색에 도입한 AI Overview 기능은 사용자가 굳이 원본 기사를 열어보지 않아도 될 만큼 요약된 정보를 제공한다. 언뜻 보기에는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 발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기능이 미디어 업계에 미친 충격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영국의 디지털 분석기관 오소리타스Authoritas는 최근 이 기능이 뉴스 사이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분석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검색 1위 사이트의 트래픽이 AI 요약 기능 도입 이후 무려 79%나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검색어에 따라 원래 가장 상단에 노출되던 링크가 AI 요약 하단으로 밀리면서 사용자들이 해당 링크를 클릭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AI Overview는 사용자에게 ‘이미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므로 원본 콘텐츠로의 이동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구조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조사에 따르면 AI 요약이 포함된 검색 결과에서 링크 클릭률은 1% 수준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100명이 검색해도 단 한 명만이 원문 링크를 누른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실제 뉴스 기업들의 피해는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메일온라인MailOnline은 올해 5월 발표에서 데스크톱 클릭률이 56.1%, 모바일 클릭률이 48.2% 줄었다고 밝혔다. 광고 수익 기반의 온라인 뉴스 생태계에서 트래픽은 곧 생존과 직결되기에, 이 같은 수치는 단순한 수익 감소가 아닌 사업 기반 자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문제는 단지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이 현상은 디지털 생태계에서의 권력 구조가 급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검색 플랫폼이 정보를 중개하는 단계를 넘어서 정보의 ‘최종 제공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보의 유통이 개별 미디어의 노력보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AI 요약 기능이 콘텐츠 생산자들의 노력을 기반으로 작동하면서도, 정작 그들에게 트래픽이나 수익을 돌려주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는 생성되었으나, 그 생성자는 보상받지 못한다. AI가 ‘요약’을 위해 사용하는 문장은 누군가가 취재하고 분석하고 작성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보상은 점점 플랫폼으로만 집중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단순히 한 기업의 기능 도입을 넘어 경쟁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통적인 반독점 정책이 가격과 점유율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트래픽과 데이터 접근성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경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정보 유통의 독점은 민주주의에 있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가져올 편의성과 효율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기술이 기존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될 대가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뉴스 산업은 단지 ‘정보를 파는 업종’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의 감시견이며, 공적 담론의 근간을 이루는 존재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검색 기능 하나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정보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그로부터 형성되는 권력과 책임의 재구성에 관한 문제다. 요약은 편리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맥락과 진실을 가려버리기도 한다. 이 거대한 전환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읽고 있는가. 아니, 무엇을 읽지 않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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