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얼굴이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을까? 최근 와튼 및 인디애나 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AI 얼굴 분석을 통한 성격 특성 추출과 노동 시장에 대한 함의는 이러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구진은 9만 6천 명의 MBA 졸업생들의 링크드인(LinkedIn) 프로필 사진을 분석하여, 얼굴에서 ‘Big 5’ 성격 특성을 추출하고 이를 교육 및 직업적 성과와 연관 지어 분석했다. ‘Big 5’는 심리학에서 널리 인정받는 성격 모델로, 개방성(호기심, 심미적 감수성, 상상력), 성실성(조직성, 생산성, 책임감), 외향성(사교성, 자기주장, 활력), 친화성(연민, 존중, 신뢰), 신경증(불안, 우울, 감정적 불안정성)의 다섯 가지 특성을 포함한다. 연구진은 이를 ‘Photo Big 5’라 명명하며, 기존 설문 기반 성격 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규모 데이터셋에서 성격 특성을 추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 얼굴 이미지에서 추출된 성격 특성이 MBA 프로그램 순위, 첫 직장 연봉, 경력 성장 등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바람직한’ 성격 특성을 지닌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초임 연봉 차이가 남성의 경우 8.4%, 여성의 경우 11.8%에 달했다. 이는 인종이나 매력도 등 기존에 알려진 요인과 유사하거나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격 특성이 학업 성적이나 표준화 시험 점수와 낮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Photo Big 5’가 기존 인지적 평가 지표와는 독립적인 예측 변수로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실성은 학교 순위와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외향성은 보상과 긍정적인 관계를 나타냈다.
이 연구는 AI와 노동 시장의 접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동반한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채용 과정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불변적 특성을 기준으로 한 차별과 자율성 침해의 위험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현대판 관상학에 불과한 것 아닐까? 과거에는 관상가들이 얼굴 생김새로 운명을 점쳤다면, 이제는 AI가 얼굴을 스캔해 미래를 예측한다. 과거에는 미신이라 불렸던 것이 이제는 ‘과학적 연구’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한 것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연구 결과가 실제 채용 과정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기업이 AI 면접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AI가 얼굴을 스캔하여 성격을 평가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외모에 기반한 차별이 첨단 기술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인종이나 성별 차별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궤변에 가깝다. AI가 판단하는 ‘바람직한’ 성격의 기준은 누구의 기준인가? 서구 중심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현재의 기업 문화가 AI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기술이 개인의 자율성과 발전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는 점이다. 만약 얼굴이 성격과 능력을 결정짓는다면, 자기 계발과 성장을 위한 노력은 무의미해진다. 이는 결국 현대판 운명론이며, 인간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결정론적 사고에 불과하다.
AI가 얼굴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우리는 이를 혁신적인 도구로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기술이 만들어낼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경계해야 할까? 얼굴이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에서,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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