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하루라도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 날이 없는 인물이다. 유명 정치인도, 연예인도, 운동선수도 아닌 그가 늘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세계 최고의 부자라서가 아니다.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천재성에 뛰어난 사업성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로 시대의 흐름을 바꾸었고, 첨단 AI 기술을 주도하고 있으며,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개척하고, 인간의 뇌를 개조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트위터를 인수해 소셜 미디어에도 입김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영국의 가수이자 작곡가, 피아니스트인 엘튼 존은 대중성에서는 일론 머스크를 능가한다.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음반 판매 기록을 갖고 있다. 사회 활동가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에게 국가 인문학 훈장을 수여하며 영원한 가수이자 작곡가라고 칭송했다.

트위터는 페이스북과 더불어 소셜 미디어의 대명사다. 전세계를 연결하는 소통 통로다. 대중성을 기반으로 한 인물에게 소셜 미디어는 든든한 방주와 같다. 그런 트위터를 엘튼 존이 접겠다고 선언했다. 이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그는 이렇게 썼다. “잘못된 정보가 우리를 분열시키는 데 어떻게 사용되는 지 보는 게 나를 슬프게 한다.”, “그릇된 정보가 걸러지지 않은 채 유통되도록 한 최근의 정책 변경으로 나는 더 이상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엘튼 존 트위터

그가 처음은 아니다. 영화배우 짐 캐리와 우피 골드버그, 슈퍼모델 지지 하디드 등 유명 연계인이 이미 트위터를 중단했다. 지지 하디드는 심지어 “cesspool of hate and bigotry”(증오와 편견의 오물통)라는 표현으로 일론 머스크 체제의 트위터를 비난했다.

일론 머스크는 언론자유를 강조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투자 관련 서류에 “트위터가 전 세계 언론의 자유를 위한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회적 요소”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게 가짜뉴스나 거짓 정보까지 용인할 수 있는 절대적 언론자유라는 데 있다. 트위터는 코로나19 관련한 가짜뉴스 퍼뜨리는 이들에게 제재조치를 취하는 ‘5스트라이크 정책’(five-strike policy)을 실행해왔다. 11,000개 이상의 문제 있는 계정이 정지되었다. 하지만 최근 이 정책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트위터는 이에 앞서 영구 정지되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부활했다.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미 의사당 폭력 난입 사태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트위터에서 퇴출되었던 터였다. 영국의 디지털혐오대응센터(CCDH)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의 99%가 트위터에서 걸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게 일론 머스크 휘하의 트위터에서 일어난 일련의 변화다.

트위터는 전세계 인권과 민주화 운동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중동에서 아랍의 봄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지구촌 곳곳 독재와 인권탄압에 항거하고,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이들에게 검열을 피하는 언론 자유의 열린 공간이었다. 이 트위터가 지금 심상치 않은 변화를 맞고 있다.

그 어떤 주장이나 생각이라도 임의로 이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게 일론 머스크의 소셜 미디어 철학인 것 같다. 이게 진정한 언론자유라고 여기는 듯하다. 설사 가짜뉴스나 거짓 정보라 해도 자정 능력에 의해 걸러지고, 결국은 진실이 밝혀지고 승리할 것이라는 긍정적 마인드를 갖고 있는 지도 모른다.

정말 그럴까? 기성 언론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이를 SNS와 유투브가 대신하는 미디어 변화 시대에 확실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편향과 혐오가 심해지고, 편가르기와 양극화가 커졌다는 사실이다. 이를 잠재우는 데 진실 여부는 그리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아마 엘튼 존은 이를 우려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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