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서도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때로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고 말하던 추억의 휴대전화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스마폰 시대는 오히려 잠시도 손을 뗄 수 없게 만들며 그 연결 경쟁을 지상에서 하늘로 확장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는 2024년이면 코로나 이전 수준인 연간 40억명의 항공 수요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사들은 영화나 음악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승객들의 자유로운 스마트폰 연결을 서비스 경쟁의 시급한 과제로 본다.

사실상 스마트폰의 보급과 더불어 시작된 기내 인터넷은 그 역사가 10년을 넘었지만 지상의 속도전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버스나 기차는 물론 가전제품도 인터넷 연결이 보편화 했지만 고도 약 10km, 화살처럼 날아가는 하늘에서의 연결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와이파이가 터지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지상의 기지국을 이용할 수 있다. 비행기 밑에 안테나를 설치해 기지국에서 쏘는 전파를 수신한 뒤 이를 와이파이로 변경하는 ATG(Air-to-Ground) 방식이다. 비행기의 이동 경로에 따라 기지국을 계속 바꿔가며 연결을 이어간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많다. 바다나 사막, 광대한 산림지역에 기지국이 있을 리 없다. 끊임없는 연결이 쉽지 않고, 그나마 속도가 최대 초당 5 메가바이트(MB)다. 지상에서 즐기던 속도에 한참 못 미친다. 현재 북미지역의 1,000대 이상 항공기가 이 방식을 이용한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다른 방법이 있다. 기지국의 전파를 인공위성이 받아서 비행기에 전달해주는 방식이다. 인공위성이 훨씬 높게 떠있기 때문에 전파를 수신하는 안테나는 비행기 위에 달려 있다. 연결이 끊기지도 않고 속도도 최대 100 메가바이트까지 가능하지만 실제 승객이 쓸 수 있는 속도는 15 메가바이트 정도다. 두 가지 방식을 혼용해 쓰기도 한다.

CNN에 따르면 다국적 위성 제공업체인 인텔샛(Intelsat)은 아메리칸항공, 델타, 유나이티드, 영국항공, 캐페이 패시픽, 알래스카 항공 등에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체 보유 인공위성으로 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비아샛(Viasat)은 12개 이상의 항공사와 손잡았다.

하와이안 항공 홈페이지 캡처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Starlink)도 최근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위성 인터넷을 제공했던 스타링크가 하와이안 항공에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을 통해 안정적이고 빠른 인터넷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 항공사는 어떨까? 한국은 인터넷 강국, 공공 와이파이 천국으로 여겨지지만 하늘에서는 뒤쳐져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미주와 유럽 노선에 투입되는 A350 항공기만 기내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1시간에 11.95 달러, 무제한은 21.95 달러를 내야한다. 대한항공은 현재 와이파이가 되는 비행기가 없다.

비행기에서 인터넷이 된다 하더라도 지금까지는 속도가 너무 느려 스트리밍은 엄두를 못내고 검색이나 소셜 미디어 확인 정도에 그쳤다. 이용 요금도 비쌌다. 하지만 인공위성 업체들의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하늘의 인터넷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잠시도 꺼둘 수 없는 중독성이 한몫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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