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소형 로봇을 전쟁에 투입했다. 우크라이나의 군수업체 테메르랜드(TEMERLAND)가 만든 4룬구동의 이 로봇은 정찰이 주임무이지만 7.62mm의 기관총을 장착해 러시아군을 공격할 수 있고, 자폭으로 탱크나 군 장비도 파괴할 수 있다.

우크리아군의 이 로봇 무기는 러시아군의 전파 방해를 피하기 위해 잘 끊어지지 않는 광섬유케이블로 연결해 원격 조종하며, 운용 가능 거리는 최대 2,000m다. 기본적인 인공지능을 탑재해 머신러닝으로 자율적으로 경로를 탐색할 수 있다. 완전 자율무기는 아니지만 향후 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빚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각종 첨단 스마트 무기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리비아 내전 등을 예로 들면서 스스로 공격 목표를 찾아가는 자율무기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시대적 진단을 내렸다. 이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더욱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추락한 무인 항공기가 발견되었다. 이 무인 항공기는 드론을 만드는 러시아 잘라 에어로 그룹의 ‘KUB-BLA’ 모델로 추정되었다. 시속 130km의 속도로 날면서 의도적으로 목표물에 부딪혀 3kg의 폭약을 터뜨릴 수 있다.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는 AI 자율무기다.

KUB-BLA와 바이탁타르 TB2

우크라이나는 터키가 개발해 2014년에 실전 배치한 ‘바이탁타르 TB2’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 시속 220km로 비행할 수 있으며 대전차 레이저 유도 폭탄 등을 장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이 비밀 병기 역시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공격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세계 무기 산업의 대세는 이제 AI와의 결합이다. 정밀성과 효율성을 넘어 그 궁극의 방향은 무인화, 자율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로봇 제조업체 밀렘 로봇틱스는 최근 벨기에의 무기업체와 협력해 개발한 AI 로봇 탱크의 실사격 영상을 공개했다. 최종 발사 명령만큼은 아직 원격의 인간에게 남겨놓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한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은 2020년 인간 조종사와 AI 조종사 간에 F16 전투기의 모의 전투 실험을 했다. 인공지능은 이스라엘의 군사용 드론에 쓰이는 AI 프로그램이 사용되었다. 결과는 인간의 5전 전패. AI 조종사는 인간 조종사에 단 한 차례의 유효 공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2020년에 책임성과 공정성, 추적 가능성, 신뢰성, 통제 가능성 등 5개 항목의 AI 윤리 목표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이를 보다 구체화하며 AI의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한 47쪽의 내용을 보강했다. 세계 최고의 기술 국가이자 AI 자율 무기에 대한 가장 많은 잠재력을 지닌 군사대국으로서 인공지능의 윤리적 접근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가열되고 있는 AI 무기 개발 경쟁 속에서 현실은 사뭇 다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 유럽이 단합하는 신냉전 기류 속에서 AI 무기의 윤리적 고려는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17년부터 인공지능으로 작동되는 킬러로봇에 대한 UN 차원의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 군사대국들은 금지 협약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AI 자율무기, 킬러로봇 개발은 강대국이 서로 상대방을 탓하며 책임을 떠넘긴다. 그 여파가 이제 다른 국가들까지 확산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과 유사하다. 자국의 방어와 전쟁 방지를 위한 논리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 억제력을 주장했다. 인간의 결정권을 로봇에게 넘겨주는 AI 자율무기도 이런 전철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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