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을 예측하고 배터리 관리와 성능을 최적화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이 활용되었다. AI, 기계학습 등으로 가상공간에 실제와 똑같은 쌍둥이 전기차를 만들어 다양한 환경에서의 배터리의 작동 상태를 확인했다.

디지털 트윈은 컴퓨터에 똑같은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물레이션 해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다. 그 쓰임새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는 디지털 세계에 도시를 복제해 교통과 환경을 개선하는 데 활용하고, 엔비디아는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어스2’(Earth-2) 디지털 트윈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 다쏘 시스템(Dassault Systemes)의 리빙하트(Living Heart) 프로젝트는 인간의 심장을 가상공간에 복제해 외과의사가 치료와 시술에 따른 시나리오를 미리 알 수 있게 한다. 이게 눈과 뇌 로 확대되고 앞으로 모든 사람이 디지털 트윈을 갖게 돼 예방 치료의 개인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신기술 자문회사인 Enderle Group의 대표이자 기술 분석가인 롭 엔덜리(Rob Enderle)는 디지털 잡지 컴퓨터월드(Computerworld)에 디지털 트윈이 인간의 지루하고 단조로운 일을 대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BC는 그의 말을 인용해 10년 안에 생각하는 인간 디지털 트윈의 초기 버전이 현실 세계에서 활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디지털 트윈은 AI 시대에 인간에게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직장에서 업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회의 참석, 메모 작성, 이메일 응답, 문서 요약, 전화 응대 등 귀찮은 일을 대신하는 게 가능하다. 반복적인 일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직장 생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디지털 트윈에게 넘겨주는 일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일 처리 속도도 빨라질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인간 디지털 트윈의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그 명암이 분명해진다는 게 함정이다. 기상의 아바타가 현실의 인간을 돕는 차원을 넘어 아예 대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은 휴식 시간이 없어도, 휴가를 가지 않아도 불평 없이 일할 수 있다. 모든 일처리의 자동화를 이룰 수 있다. 디지털 트윈과의 경쟁에서 인간이 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엔진이 사라진 전기차 시대에 완성차 업계는 노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 인간 디지털 트윈 시대는 이와는 비교 상대가 될 수 없는 노동의 변화를 수반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업무량이 줄어든 노동자에게 과거와 같은 임금을 주어야 하는 의무가 사라진다. 아예 필요 없는 인력으로 전락해 일자리를 없앨 수도 있다.

엔덜리는 기술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계에 미리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 때 그 소유권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생성하는 디지털 트윈은 직원에게 일부 소유권을 인정하고, 수익 배분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AI시대에 인간 디지털 트윈은 새로운 세상을 예고하고 있다. 가상공간에 개인의 분신이 만들어지고, 이게 현실 인간과 경쟁하게 되거나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기술의 명암이 명백해지는 순간이다. 가상세계에 만들어지는 또 하나의 나는 근본적으로 철학적 윤리적 문제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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