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얼굴인식,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 Brain-Computer Interface) 같은 첨단 기술은 테크놀로지가 주도하는 새로운 세상과 인간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장밋빛 미래를 예고하지만 디스토피아적인 우려가 교차하는 게 기술의 이중성이다.
얼굴인식은 요즘 가장 빠르게 보편화 하고 있는 첨단기술이다. 전방위로 사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추세와는 달리 기술 주도의 세상을 이끌어가는 거대 기술기업들은 신중 모드에 들어갔다. 그 역작용에 대한 고민이 커졌기 때문이다.
2년 전 미국에서 인종차별 시위가 한창일 때 IBM이 얼굴인식 기술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과 MS도 뒤를 이어 미국에서 치안과 공권력을 위한 얼굴인식 기술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글과 메타(이전 페이스북) 역시 얼굴인식 기술 사용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이런 흐름은 미국에서 얼굴인식 기술의 불완성에 따른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고,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AI 윤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요구 수준도 높아졌다. 시민단체나 인권운동도 기술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고, 거대 기술기업들이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참여연대, 그리고 민변으로 줄여 부르는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은 한국의 대표적 인권 시민단체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방면의 현안에 문제를 제기하며 활동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이들 단체가 그간의 움직임과는 결이 다른 분야에 목소리를 냈다. 얼굴인식 기술과 관련된 내용이다.
참여연대 홈페이지 캡처
법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여권 확인 절차 없이 공항 자동출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는 ‘AI 식별추적시스템 구축사업’을 2019년부터 추진했다. 하지만 정부가 1억 7천만건의 내외국인 얼굴사진 데이터를 민간업체에 넘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급기야 참여연대와 민변 등이 사업추진 배경, 과정 등의 부당·위법한 업무처리 여부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고 나섰다. 국가기관이 민간기업의 기술개발과 특허취득을 위해 얼굴정보를 제공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인권, 프라이버시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고려나 합의과정, 심지어 법률적 검토도 없이 시스템의 정확성, 편리성, 신속성 등을 내세워 정부가 이 사업을 추진했다고 성토했다. 개인의 동의 절차는커녕 고지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 캡처
지문이나 얼굴, 홍채 등 생체정보는 대체 불가능한 인간 개개인의 고유 정보다. 한 번 유출되면 사생활 침해는 물론 범죄에도 악용될 수 있는 치명적인 정보다. 무단 정보 수집과 불투명한 관리가 결코 공익에 가려져서는 안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기술은 늘 양면성과 이중성을 갖기 마련이다. 첨단기술의 양면성은 그게 긍정이나 부정 어느 방향이든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갖게 되었다. 그만큼 악용 소지가 많아졌고, 그 효용성의 마력에 인권이나 개인의 사생활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감시와 균형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AI 윤리가 부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시민단체도 이제 여기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평소 내 정보의 국가적 사용에 대해 크게 반발심을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어차피 시끄러울 문제라면 범죄에 이용되느니 국가가 나를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범죄자보단 국가가 더 큰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 라고요.
어차피 범죄에 노출될 거란 생각과 국가가 나를 지킬 거라는 전제가 깔린 생각이죠.
요즘 세계정세를 보며, 국가의 소중함을 느끼지만, 국가조차도 나를 지켜줄 완전체란 생각은 들지 않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늘 언제 어느 때나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겠구나 싶어요.
더군다나 사전 동의 없는 내 정보의 수집이라면 더더욱 더요.
<무단 정보 수집과 불투명한 관리가 결코 공익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전제에 깊이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