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유투브는 모바일 시대 영상 콘텐츠 시장을 장악했다. 뉴스와 정보, 엔터테인먼트 등 온갖 콘텐츠로 세계인을 사로잡으며 생활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넋을 놓고 빠져들게 하는 중독성과 거짓과 가짜의 유통망이라는 오명을 낳았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 전세계 80여개 팩트체크 기관과 단체가 유투브 CEO 수전 워치츠키(Susan Wojcicki)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유투브의 해악을 거론하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유투브가 사람들을 조종하거나 이용하고, 조직하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무기와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포인터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이들은 유투브 플랫폼이 심각한 해악을 가져온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한다. 독일에서 시작된
‘진실을 위한 의사들’(Doctors for the Truth)이라는 조직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거짓 치료법을 내세우고, 심지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꾸며냈다는 음모론을 내세웠다.

이들의 거짓 주장은 스페인에서 세력을 떨치고, 라틴 아메리카로 넘어가 더욱 확산하며 코로나 팬데믹을 악화시켰다. 실제 의사들이 가담했기 때문에 그 파급력은 더욱 컸다. 그리스와 아랍권에서도 수백만명이 이런 유투브를 본 뒤 백신을 거부하고, 거짓 치료법에 매달리게 했다. 유투브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가짜 암치료제를 유행시키도 했다.

브라질에서는 유투브가 특정 계층과 단체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는데 활용되었다. ‘토지 없는 노동자운동’(MST), ‘집 없는 노동자운동’(MTST) 같은 사회운동 조직들을 마약조직과 연관시키거나 공산주의로 비난하며 극우 세력을 키워 나갔다. 필리핀에서는 독재와 부정부패로 쫓겨난 마르코스 전대통령을 우상화 하며 거짓 주장으로 그 아들이 유력 대선후보가 되는 데 힘을 보탰다.

트럼프의 재선을 막은 지난해 미국 대선 직후 전세계는 선거가 사기였다고 주장하는 폭도들에 의해 미 의사당이 점거되는 초유의 사태를 지켜봤다. 선거 전날부터 그 다음날까지 이런 거짓 주장을 담은 유투브 영상을 3,300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2년 전 대만 총통 선거에서도 가짜뉴스는 증오와 분열을 증폭시켰다.

팩트체크 기관들은 이런 예가 헤아릴 수 없다면서 유투브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효과가 없다고 진단한다.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삭제하지 않는 이분법으로 접근하면서 사실 입증 노력을 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팩트 체크 경험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거짓 정보나 가짜뉴스를 지우는 것보다 사실 정보를 확인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유투브 조회수의 대다수는 자체 추천 알고리즘에서 나오는 것을 감안할 때 이용자들에게 거짓 정보를 퍼뜨리지 않게 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채널의 콘텐츠를 추천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유투브에 몇 가지 해결책을 제안한다.

1. 플랫폼의 거짓 정보에 대한 투명성 확보: 유투브는 거짓 정보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것을 드러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독립적인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2. 유투브는 유해한 콘텐츠를 제거하는 것 외에도 영상의 맥락을 알려주고, 사실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3. 지속적으로 거짓과 가짜정보를 생성하는 이들, 특히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이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콘텐츠에 대해서는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게 해야 한다.
4. 영어 외에 다른 언어로 전파되는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에 적극 대응해야 하며, 특히 어떤 언어라도 바로 확인가능한 국가 언어별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한국에서도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허위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퍼뜨리는 유투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이런 채널에서 나온 주장들을 기성 언론이 베껴 쓰는 사례도 비일비재 하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 국내 모바일 동영상 시장에서 유투브는 90% 가까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고, 유튜브를 생활 습관으로 여기는 사람이 65%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유튜브의 어두운 이면, 개인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에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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