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헌법은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제정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그만큼 언론의 자유를 완벽하게 보장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뉴욕타임즈, AP통신, CNN 같은 세계적 명성의 언론사를 보유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런 미국의 뉴스 신뢰도가 세계 꼴찌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해마다 조사 발표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Digital News Report)의 뉴스 신뢰도 부문에서 한국은 늘 최하위권을 도맡았다. 그런데 2021년은 그 불명예를 미국에 넘겨주었다. 46개국 9만 2372명의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9%의 신뢰도를 기록한 미국이 꼴찌가 된 것이다.

조사 대상 46개국의 평균 뉴스 신뢰도는 38%, 한국은 32%로 공동 38위였다. 여전히 하위권이지만 그래도 2020년의 21%에 비해 11%포인트나 올랐다. 눈여겨 봐야 할 곳은 미국이다. 2020년에 비해 무려 15%포인트가 하락하면서 최하위로 떨어졌다. 뉴스 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진걸까?

디지털의 흐름과 맞물려 신문과 방송이 전담하던 뉴스의 생산 전달 통로가 온라인과 유튜브, 소셜 미디어 등으로 다변화 하고 가짜 정보가 난무하게 된 게 뉴스를 불신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이다. 전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다. 조사가 진행된 시점은 2021년 초, 미국은 대선 과정에서 극한 대립과 이후 선거 불복 폭력 사태가 발생했고, 적대적 진영 대립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는 미국의 이런 현실이 뉴스를 멀리 하게 하고, 뉴스에 대한 신뢰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고 분석한다. 보수 진영을 대표하던 폭스뉴스의 경우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7%로 가장 높았고, 진보적 입장에 섰던 CNN도 37%로 두번째로 높은 불신율을 기록했다. 특히 바이든 당선 이후 보수 진영에서 뉴스를 불신하고 회피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디지털 시대에 미디어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특정 정파의 견해를 지지하거나 대변하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성이나 소신을 강조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않다. 하지만 이번 조사 응답자의 75%는 미디어의 입장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기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전달자 역할에 충실힌 뉴스를 기대하는 것이다.

미국과 달리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간 한국은 상황이 나아진걸까?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는 코로나 팬데믹을 그 배경으로 들었다. 코로나 사태로 뉴스 소비가 많아지고 더불어 신뢰도가 동반 상승했다는 것이다. 집에서 지내는 일이 많아지면서 내리막길을 걷던 TV 뉴스 소비가 살아났다.

한국의 뉴스 신뢰도가 이번에 꼴찌를 면했지만 결코 긍정적 신호로만 볼 수 없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파적 갈등과 대립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정치적 한판 승부의 차원을 넘어선 극한 대결 양상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부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유투브를 통한 뉴스 소비 비중이 44%로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불안한 요인이다. 46개국 평균 29%를 훨씬 웃돌았다. 다른 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은 사람들이 유투브 비중이 높았지만 한국은 정반대로 나이가 많을수록 유투브 뉴스 의존도가 높았다. 알고리즘에 의한 뉴스 편식과 이로 인한 미디어 불신을 예고하고 있다.

조사대상 46개국 가운데 뉴스 신뢰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65%의 핀란드였다. 특히 공영방송 Yle 뉴스는 85%의 절대적 신뢰를 보여주었다. 정파성이 아닌 객관성 공정성 면에서 온국민이 지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돈을 주고 뉴스를 보는 온라인 유료 뉴스의 비중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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