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이 감지되면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음주운전방장치를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음주운전 사고가 해마다 2만건 가까이 되고, 음주 운전 적발의 재범률은 절반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와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이미 음주운전방지장치 장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EU는 한 발 더 나아가 2022년 5월부터 신차에 음주운전방지장치를 의무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새로 출고되는 차량에 음주운전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는 이런 흐름에 미국도 가세했다.

미국 상원이 논의중인 인프라 투자 법안에는 ‘장애운전 감소 조항(Reduce Impaired Driving for Everyone Act)’이 포함되어 있다. 음주운전방지와 관련해 미 교통부가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적용할 기술 안전 표준을 3년 안에 제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동차사들은 이후 2년 뒤부터 신차에 음주운전방치방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차가 운전자의 음주를 감지할 수 있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호흡을 통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거나 운전대나 스마트키의 센서로 운전자의 손끝에 적외선을 비춰 피부의 혈중 알코올을 점검할 수 있다. 눈의 움직임으로도 술에 취했는지 감지가 가능하다. 차가 자동으로 음주 여부를 파악하는 이런 기술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니산은 2007년에 차가 술 냄새를 맡고, 운전자의 얼굴 상태와 차량을 작동하는 모습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음주운전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도요타는 2008년에 술취한 운전자를 감지해 차가 작동할 수 없게 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에는 볼보가 비슷한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차량은 양산되지 않았다. 의무 사항이 아닌데다 음주 사고 책임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는 위험 부담을 자동차 제조사가 스스로 김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차가 운전을 거부해 음주운전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미국의 방침은 향후 전세계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교통 사고 위험은 음주 운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운전 습관이 매우 불량하거나 약물에 빠져있고, 정신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운전자가 도로의 무법자가 되어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기술은 음주 운전 방지를 넘어 이런 가능성까지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스웨덴의 스마트아이(Smart Eye)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눈의 시선을 분석하는 아이트래킹(eye tracking) 전문 업체다. 포드자동차와 협력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스마트아이는 AI 감정 감지 스타트업인 어펙티바(Affectiva)를 인수했다. 운전자의 약물 복용이나 사물인지 능력 저하, 분노 게이지 상승 같은 것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차에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아이 홈페이지 캡처

가상현실과 게임, 마케킹 분야에 주력하던 스웨덴의 또 다른 아이트래킹 업체 토비(Tobii)도 자동차 업계로 영역을 확대했다. 20년간 축적된 다양한 인종의 눈 시선 데이터와 기술을 바탕으로 차와 운전자의 안전 업무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 책임자는 기술 뉴스 전문 테크크런치(TechCrunch)와의 인터뷰에서 눈을 통해 분석한 생체 신호와 생리적 신호를 활용하고, 차 밖의 도로 상태, 차 안의 상황을 모두 감안해 운전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토비 홈페이지 캡처

기술은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가려내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고, 운전자의 심기나 정신 건강 상태를 파악해 사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AI와 알고리즘, 그리고 카메라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 Camera-based Driver Monitoring systems)이 차의 핵심 역량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차도 운전자도 AI 기술 감시 시스템을 벗어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 시대와 맞물려 차의 진화는 뜀박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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