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인식 기술에는 늘 논란이 뒤따른다. 보안을 강화하고, 범죄를 예방하며, 결제 수단을 간편화 하는 다양한 혜택 뒤에 감시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의 그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흑인 등 유색 인종에 대한 인식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문제 가운데 하나다.

국가 권력이나 경찰의 얼굴인식 기술 활용은 특히 비판의 대상이었다. 시민들의 움직임을 24시간 지켜보는 빅브라더 시대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6개 주 24개 도시에서 경찰이나 공공기관의 얼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12개 주에서도 관련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기업이나 개인 등 민간 부문에서 얼굴인식 기술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실생활과 연관돼 있고, 특정 분야에 국한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덜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간 부문이라 하더라도 얼굴인식 기술의 악용 가능성은 상존하기 마련이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이 핀아이스(PimEyes)라는 얼굴인식 웹사이트를 집중 조명했다. 핀아이스는 온라인에서 자신의 얼굴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얼굴 사진을 올리면 이것을 바탕으로 온라인 가상 공간을 샅샅이 뒤져 곳곳에 산재해 있는 자기 얼굴을 찾아주고 어디에 있는지도 알려준다. 1초에 9억개 이상의 이미지를 스캔하는 속도와 정확성을 자랑한다.

핀아이스 홈페이지는 이런 서비스가 인권 보호 차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AI와 얼굴인식 기술로 인터넷 곳곳에 펴져 있는 얼굴 사진을 찾아줘 사기꾼에 의한 피해와 신원 도용을 막아주고, 불법적으로 얼굴 사진을 사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워싱턴포스트는 40세 한 독일 남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이 서비스를 통해 17살 때 기차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진을 찍었던 것을 찾아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20년도 더 지난 일로 이제는 나이가 들었고, 얼굴 모습과 머리 모양까지 달라졌지만 첨단 기술은 이런 세월의 변화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는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핀아이스는 개인 보호를 강조하지만 이게 반대가 될 가능성이 더 많다. 오히려 이해관계를 가진사람이나 제3자가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훑어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여성을 상대로 한 스토커는 사진 한 장으로 끊임없이 상대방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은 전혀 모른 채 스토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CNN 홈페이지 캡처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미 의사당 난입 사건을 일으켰을 때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얼굴인식 기술이 이용되었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입력해 클리어뷰AI(Clearview AI)가 난입자의 이름과 주소를 알아냈다. 미국 사법기관이 주로 이용하는 클리어뷰AI는 범죄 예방과 사생활 침해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킨 AI 얼굴인식 기술이다.

핀아이스와 클리어뷰AI는 사람을 찾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핀아이스가 더 포괄적이다. 클리어뷰AI는 일정한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사람을 찾지만 핀아이스는 인터넷 가상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영상과 뉴스, 블로그를 포함한 모든 웹사이트를 검색한다. 소셜 미디어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언론에 의해 검색 결과에 인스타그램과 유투브, 트위터, 틱톡의 사진이 포함된 사실이 밝혀졌다.

누구라도 접근 가능한 이런 광범위한 얼굴인식 기술은 국가권력이나 경찰이 규제를 피해 우회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사법 권한이 없는 개인이 경찰 역할을 자처하며 다른 사람을 추적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도 있다. 불안과 공포가 만연할 수 있다. AI와 얼굴인식 기술, 두 얼굴의 모습에서 그 균형을 잡을 수 있을 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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