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가 2020년 7월 마스크 착용시 얼굴인식 기술의 정확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람의 얼굴에 디지털 방식의 마스크를 씌워 같은 사람의 얼굴 사진과 일치시키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89개의 얼굴인식 알고리즘에서 5~50%의 오류가 발생했다. 마스크를 쓰면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뜻이다.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인권 침해나 인종 차별 가능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얼굴인식 기술은 급속히 확산하며 생활 속으로 파고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하면서 얼굴인식 기술은 발목이 잡힌 듯 했다. 미 표준기술연구소의 실험은 펜데믹 이전의 기술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반전을 맞았다.
미 국토안보부는 2021년 1월 실제 사람의 얼굴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최신의 얼굴인식 기술을 적용해 테스트를 했더니 96%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공항이나 입국장에서 마스크를 벗어야 할 필요성이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코로나19 시대에 직원과 여행객을 보호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큰 놀이공원인 미국의 디즈니월드는 3월 23일부터 4월 23일까지 한달 간 새로운 얼굴인식 기술을 테스트한다고 발표했다. 방문객의 얼굴 이미지를 캡처해 고유 번호로 변환한 다음 공원 입장권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모자나 색안경은 벗어도 마스크는 반드시 쓰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비접촉, 거리 두기 시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디즈니월드 홈페이지 캡처
정부 기관이나 민간 시설인 디즈니 모두 마스크를 써도 되는 얼굴인식 기술을 강조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기술이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데 마스크가 장애 요인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인권 침해 시비가 끊이지 않던 얼굴인식 기술이 역설적으로 펜데믹 시대에 안전 지킴이로 변모했다. 기술의 발목을 잡았던 마스크가 오히려 기술 개발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 셈이다.
일본전기주식회사, NEC는 알레르기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이들을 위한 얼굴인식 기술을 개발하다 코로나19 상황이 닥치자 여기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1년 1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을 미리 등록된 사진과 대조해 신원을 확인하는 데 99.9% 이상의 정확도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 시간이 단 1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자랑한다.
일본은 오는 7월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외국인 관중을 입장시키지 않기로 했고, 큰 소리로 고함을 치거나 노래하며 응원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코로나 비상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신원을 알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일 것 같다.
최근 경기도 부천시가 인공지능과 CCTV 영상을 이용한 역학 시스템 구축 사업을 벌인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사진으로 CCTV 영상을 찾아내고 얼굴과 옷, 키 등을 AI가 분석해 이동 경로를 추적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는 저장되지 않고 익명으로 처리한다고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가 반대운동에 나섰다.
뉴스1 캡처
얼굴인식 기술은 첨예한 논란을 부르는 기술이다. 간편한 신원 확인 절차로 생활의 편의를 누릴 수 있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고,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할 수도 있지만 이게 궁극적으로 국가의 철저한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지는 빅브라더 시대를 예고한다는 우려가 높다. 중국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반쯤 가려도 기계와 컴퓨터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AI는 이런 시스템을 더욱 정밀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것을 남기고 있다. 기술은 상황에 맞게 더욱 진화 발전했다. 이런 기술이 팬데믹이 끝나면 같이 사라질까? 팬데믹은 기술의 무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위험성마저 무뎌지게 만들고 있다..
글을 읽는 동안 느껴지는 불안감…감시당하는것
위협에 대한 무뎌짐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네요…
신기술에 대한 오류와 모자른 부분이 있다는 기사를 보고 ‘아직은 아니야’하고 조금 안심하고 있으면, 문제해결 시간은 너무나 ‘바로’ 다가옵니다.
기술의 발전은 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너무하다’고 느껴질 정도네요.
몸이 많이 불편하지만 마음이 편안한 것과, 몸은 너무 편하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
둘 중 하나의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면 저는 저는 전자입니다.
마음이 불편하면 밥 한 입 먹는 것조차 힘들어지는게 인간의 별난 면 중 하나라서요.
‘시간 전달자’라는 책을 보면 참 평화로운 세상이 나옵니다.
배고프지 않고, 누구나 적성에 맞는 일을 부여 받아 살아가는 평화로운 세상.
그래도 주인공은 불편함을 느낍니다.
세상에 완벽한 평화란 없고 균형을 위해 어두운 부분이 존재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 불편함을 찾아내면 견디기 힘들어지는게 인간이고 다른 해결 방법을 모색합니다.
적성에 맞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에 매달리고, 배고픈 경험이 있어서 음식에 감사할 줄 알고, 모자른 부분에서도 배워나가는 허점투성이 인간이고 싶은데…
건망증이란게 없는 인공지능은 너무 완벽해 보입니다.
잘하면서 완벽하면 너무나 좋겠지만, 세상에 완벽이란 없고, 상황에 따른 기준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정하는 기준선에서 제가 선 밖의 존재가 될 경우, 선 안에 들어가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숨어 있고 싶어도 숨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 같은 불안감도 들구요.
나만 그런 세상에 사는 건 아니니까 위안을 삼아야 하겠지만, 편리란 이름으로 치부하기엔 나조차 모르는 나를 알아가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썩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부천시민의 차 광고가 제 마음을 대변해 주네요…
늘 있는 기억의 오류로^^; ‘시간전달자’라고 적었네요.
‘기억전달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