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집집마다 안테나를 달아 TV를 봤다. 방송을 보여주는 TV 수상기와 방송을 내보내는 방송국이 한 몸 같은 존재였기에 둘 다 그냥 TV로 불렸다. 안테나가 아닌 케이블과 인터넷으로 TV를 보게 되고, 지상파에서 종편과 보도pp로 채널이 늘었어도 이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송출 방식이 어떻든 방송국의 영상을 보는 게 TV였기 때문이다.

유투브나 넷플릭스는 처음에 젊은 층이, 주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모바일 기기로 봤다. TV는 전통적 의미의 방송국이 만든 프로그램만 유통되는 기기로 알았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이제 무의미해지고, 경계도 사라졌다. VOD(Video On Demand)와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자리를 잡았고, TV는 방송국 독점 시대의 막을 내렸다.

요즘 팔리는 TV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 제품이든 스마트 TV가 대세다. TV 자체에 인터넷 접속 기능을 탑재해 커넥티드(Connected) TV라고도 한다. 구형 TV도 간단한 장치만 연결하면 스마트 TV로 변신한다. TV와 스마트폰, PC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영상을 볼 수 있다. 앱을 다운받아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보고 들을 수 있다.

과거에는 TV의 동력이 방송국에 있었지만 이제는 온전히 시청자가 주인이다. 전통적인 방송 프로그램은 넷플릭스, 유투브, 각종 앱 등과 선택 받기 위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유투브 최고 제품 책임자(CPO, chief product officer)인 닐 모한(Neal Mohan)은 유투브 공식 블로그에서 2020년 12월, 집에서 TV로 유투브를 본 미국인들이 1억 2천만이었다고 밝혔다. 유투브를 TV로 시청하는 비율이 전체의 4분의 1을 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체 인구는 3억 2천만명이다.

유투브 공식 블로그 캡처

닐슨코리아의 자료를 보면 2020년 11월 넷플릭스의 순이용자수는 1월에비해 64.2% 증가했다. 넷플릭스는 영화나 각종 시리즈물을 다채널 서라운드 음향으로 보내준다. 초고화질 콘텐츠도 많다. 제대로 즐기려면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진 대형 화면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TV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왓챠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유투브가 TV를 통한 유투브 시청 통계를 공개한 것은 광고와 관련돼 있다. 지금까지 유투브 광고는 모바일 기기와 PC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TV도 이 기준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광고 업계에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TV로 유투브를 보는 것이 코로나에 따른 일시적 현상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의 광고 매출은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2012년 2조 1830억원에서 2020년 9957억원으로 절반이 넘는 54.4%가 빠졌다. 프로그램을 1,2부 등으로 잘라 광고를 늘리는 꼼수 중간광고를 2017년에 도입 했어도 추락은 멈추지 않았다. 한때 황금 시장이던 TV 광고가 모바일로 넘어가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게 된 것이다

방송은 뉴스와 오락을 제공하는 매체다. TV 방송국만 할 수 있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역할은 많이 축소되었다. 스트리밍 서비스도 같은 기능을 제공하며 경쟁 상대가 되었다. 정보량은 더 많을 수 있다. 수많은 개인이 올리는 유투브 영상은 방송으로 불린다. 어디서나 카메라를 놓고 인터넷에 연결만 하면 방송국이 된다.

TV 영역의 확장에는 명암이 따른다. 선택의 폭이 넓어져 집에서 편하게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면 모바일 기기의 시청 행태가 TV로 이어질 수 있다. 끊임 없이 관련 연상을 연결해줘 넋 놓고 빠지게 되는 유투브 생활이 거실과 안방의 대형 화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자극성이 극단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지상파 TV의 생존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시청료 인상이나 제대로 된 중간광고 허용 등 지원 방안들이 논의된다. 공공성과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고, 반드시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론은 호의적인 것 같지 않다. 지싱파 tv의 최대 경쟁력은 신뢰와 품격이다. 그래야만 한다. 예전의 TV만 추억하며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게 TV 변신 시대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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