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연말까지 시스템반도체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등 차세대 신기술 분야의 핵심 인재 1,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SK는 미국에 AI 연구개발 전문 기업을 세웠다. 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역량은 국가가 아닌 민간 기업들로 넘어갔다. 세계 최첨단 기술력은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기업들이 양분하고 있다.

세계 최강의 정보기관인 미국 CIA가 처음으로 ‘CIA Labs’라는 기술 연구소를 설립하고 홈페이지에 이를 공지했다. CIA 기술 연구소는 미국 연방 연구소 컨소시엄(Federal Laboratory Consortium)의 일원으로 민간 섹터 및 학계와 교류하면서 임무 수행을 위한 과학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가 안보와 도전에 자극 받게 될 것이라고 CIA는 밝혔다.

CIA 홈페이지 캡처

기술 개발은 창의성과 상용화 가능성, 그리고 자본에 의해 좌우된다. 무엇보다 뛰어난 인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가나 공공 기관의 기술 인력 확보는 민간에 뒤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녔다. 민간 기업이 유혹하는 높은 급여와 인센티브를 국가나 사회에 봉사하는 애국심만으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CIA의 명성과 명예가 크더라도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금전적 공세를 따라가기 힘든 게 현실이다.

MIT Technology Review는 CIA 기술 연구소를 다루면서 CIA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특허권과 라이선스를 주고, 수익이 발생하면 전체 수입의 15%, 연간 15만 달러(약 1억 7,400만원) 한도 내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통상 CIA 직원 봉급의 두 배 수준이다. 빅테크 기업이 기술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실리콘 밸리에만 몰리는 인재를 붙잡기 위한 CIA의 궁여지책인 셈이다.

CIA의 과학 기술 부서 책임자인 던 마이어릭스(Dawn Meyerriecks)는 트위터에 “기술연구소가 CIA의 첨단 기술력을 유지하고, 국가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몇 년 동안 CIA는 놀라운 혁신이 있었고, 연구소를 통해 이제 기술 개발을 최적화 하면서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CIA 연구소는 인공지능과 생명과학,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양자컴퓨터, 블록체인, 로봇, 데이터 분석, 자동화, 신물질 개발, 인간과 기계를 연결하는 휴먼 인터페이스(human interface), 미래형 무선 기술 등을 연구 개발 분야로 적시했다. 문어발식 첨단 기술을 총망라하면서 실리콘 밸리의 경쟁 상대임을 천명하고 나선 셈이다.

CIA는 종종 민간 기업을 지원하면서 간접적으로 기술 개발에 참여했다. 위성 사진으로 3D 화면을보여주는 구글 어스(Google Earth)의 핵심 기술 키홀(Keyhole) 같은 경우가 그렇다. CIA이 후원하는 비영리 벤처 캐피털인 인큐텔(In–Q-Tel)이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CIA 기술연구소는 이런 간접 방식 외에 기술 인재의 참여와 영입을 확대해 직접적인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CIA와 민간 기업의 기술 개발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산업 부문과 일상 생활에서의 상업적 활용에 초점을 맞춘 민간 기업의 기술 개발과 달리 CIA는 국가 안보가 궁극적 목적이다. 분야는 같지만 의도가 다른다. 기술에서 정보가 나오는 시대다. 첨단 기술의 개발과 적용은 편의의 극대화와 더불어 미래의 삶을 앞당기지만 누군가 우리를 속속들이 발가벗겨 볼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정보기관의 기술 경쟁이 달갑게 여겨지지만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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