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피 디스크를 아시나요? 아마 10대나 20대 대부분은 듣도 보도 못했을 테고, 30대 이상은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는 추억의 컴퓨터 관련 물건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넥슨 컴퓨터박물관에서 예전에 쓰던 디스켓을 가져오면 안에 담긴 내용을 USB에 담아주는 이벤트를 2016년에 진행한 기록이 있군요. 플로피 디스크가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줍니다.

플로피 디스크는 1971년에 IBM에서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흔히 디스켓이라고 불렸죠. 크기가 8인치에서 5.5인치, 3.5인치로 진화했는데, 디스켓 한 장의 용량이 1.44MB로 겨우 MP3 노래 한 곡이 들어갈 정도였습니다. 읽고 쓸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었고, 때문에 컴퓨터마다 디스켓을 넣을 수 있는 슬롯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드륵드록 하는 디스켓을 읽는 소리가 들렸고, 용량이 작아 특정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하려면 디스켓이 많이 필요했던 기억이 납니다.

90년대에 사실상 종말을 고한 플로피 디스크가 지금도 활용되고, 그것도 고도의 안전과 정밀성을 요구하는 비행기에서 쓰이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영국의 기술 관련 웹사이트인 더 리지스터(The Register)는 보잉 B747 항공기의 네비게이션 데이터를 업로드 하는데 여전히 플로피 디스크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여행 수요 감소로 퇴역한 영국 브리티시 항공 보잉 747 여객기를 보안 전문가들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브리티시 항공의 보잉 747 여객기

747 여객기의 조종석에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달려있었는데, 28일 간격으로 엔지니어가 방문해 디스켓으로 최신의 네비게이션 데이터를 업데이트 했다고 합니다. 1975년에 첫 비행을 한 보잉 747은 에어 브버스의 A380 다음으로 큰 대형 항공기입니다. 여객기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국가 원수 전용기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잉 747뿐 아니라 737 항공기도 플로피 디스크를 이용해 공항과 비행 경로, 활주로 등의 정보를 업데이트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핵 무기 관리 시스템도 최근까지 플로피 디스크에 의존했던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미 국방부가 핵 전력 지휘 통제 시스템에 1976년형 16비트 컴퓨터와 8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2016년에 확인돼 현대화 작업을 진행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019년에 보도했습니다. 국방부 대변인은 당시 이런 오래된 구형 장비를 계속 사용한 이유에 대해 “아직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더 빠르고 혁신적인 제품들이 앞다퉈 등장하는 마당에 기억에만 남아있는 플로피 디스크가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관행적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물로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해킹이 어렵고, 안정적이고,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럼 지금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더 좋은 제품이 많은데 굳이 과거로 회귀할 필요는 없겠지요. 더욱이 디스켓과 디스켓을 읽는 장치는 이미 시장에서 사라져 구하기도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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