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친화적인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으로 이름난 싱가포르의 비샨 앙묘쿄 공원(Bishan-Ang Mo Kio Park)에 2020년 5월 8일부터 로봇이 등장해 순찰 활동에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원의 이용객 수를 관리하고, 코로나 19 감염을 막기 위한 안전 지킴이 역할을 맡았다.
싱가포르의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The Straits Times)는 이 로봇이 실험 기간 동안에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한가한 시간에 공원 직원과 동행해 3km 거리의 수변 지역을 순찰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2주간의 적응 기간이 끝나면 독자적으로 공원 전체를 돌아다니게 될 뿐 아니라 다른 공원으로 활동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유투브 캡처
이 코로나 안전 로봇은 미국 보스톤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가 개발한 스팟(Spot)이라는 이름의 로봇이다. 개 모양에 네 발이 달려있다. 스팟은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하다. 한 시간에 4.8km를 움직일 수 있으며, 다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지형이 평평하지 않은 곳도 문제 없이 잘 다닐 수 있다. 1m 이내의 물체와 사람을 감지할 수 있어 충돌을 예방한다. 원래 산업 현장의 원격 안전 점검을 위해 개발된 로봇이다.
스팟은 공원을 순찰하며 공원 방문객들에게 안전 거리 지침을 지켜줄 것을 방송한다. 싱가포르 당국은 스팟의 몸체에 비디오 카메라와 원격 조정 장치, 3d 맵핑(mapping), 자동 작동 같은 여러 기능을 추가했다. 싱가포르에서 규정한 안전 거리는 1m로, 이를 위반하면 최대 징역 6개월, 벌금 1만 싱가포르 달러(약 850만원)이 부과되는 강력한 코로나 법이 시행되고 있다.
스팟은 앞으로 공원 방문객들의 안전 거리를 측정하고,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다만 논란을 피하기 위해 특정 개인을 추적하거나 개별 데이터를 저장하지는 않겠다는 게 싱가포르 당국의 설명이다. 스팟이 공원 방문객과 직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 안전 로봇은 스팟이 처음은 아니다. 공항이나 대형 쇼핑몰 등에서 범죄 예방 위한 경비와 순찰 임무를 맡고 있는 미국 나이트스코프(Knightscope)사의 K5 렌탈 로봇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했다.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사람들의 밀집도를 파악한 뒤 사회적 안전거리 유지와 신체 접촉을 피해줄 것을 당부하는 방송을 한다.
2천 7백을 수용할 수 있어 코로나 격리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싱가포르의 창이 전시센터(Changi Exhibition Centre)는 환자들의 식사 배달을 로봇이 책임지고 있다. ST 엔지니어링이 개발한 터그(TUG) 로봇이 환자들을 찾아가 식사를 전달한다. 환자들의 체온 측정이나 약 배달 용도로 공원에서 활약중인 스팟 로봇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중국 심천의 제3인민병원에 배치된 유비테크(UBITECH)의 에임봇(AIMBOT) 로봇은 의료진을 대신한다. 한 번에 15명까지 발열 체크가 가능하다. 사람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도 파악한다. 이 로봇의 인공지능은 또 사람이 몰리면 밀집도를 파악해 안전거리를 지킬 것을 경고하기도 한다. 유비테크의 또 다른 휴마노이드 로봇 크루저(Cruzr)는 병원 방문자들과 실시간 상담을 하며 접수를 돕는 역할을 맡는다.
유비테크 홈페이지 캡처
미국 펜실베이나주 피자 체인점인 베네치아 치즈(Venezia’s pizza)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매장 판매중단 명령이 내려졌지만 배달 수요가 급증하자 로봇을 도입했다. 궤도형 바퀴가 달린 스타십(STARSHIP)사의 자율주행 로봇은 반경 6Km 이내의 배달이 가능하다. 미국의 다른 지역 식료품 가게 등에서도 도입을 늘리고 있다. 팬더믹 사태는 비대면을 일상화하면서 주로 산업 현장에 머물던 로봇을 생활 속으로 신속히 불러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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