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급격한 발달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민주주의 확산과 인권 신장, 언론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는 2016년 한 해 동안만 미국과 터키, 베네수엘라, 필리핀 등 적어도 18개 국가에서 소셜 미디어가 선거를 조작하는 역할을 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와 엘론대학교(Elon University) 인터넷상상센터(Imagining the Internet Center)는 2019년에 기술의 사용이 민주주의의 미래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 979명의 기술 혁신가와 개발자, 기업과 정부 정책 분야의 리더, 연구원, 사회 운동가 등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지금부터 2030년까지 시민과 시민 사회 단체, 정부의 디지털 기술 사용이 민주주의와 민주적 대표성의 핵심 측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민주주의와 민주적 대표성의 핵심 측면을 약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강화시킬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큰 변화가 없을 것인가?” 퓨리서치센터는 이들 전문가들의 견해를 분석한 결과를 2020년 2월에 공개했다.

약 49%의 응답자가 향후 10년간 기술이 민주주의와 민주적 대표성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밝혔고, 33%는 오히려 강화할 것이라고 답변했으며, 18%는 중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견해를 서면으로 제출하는 형식이었던 만큼 그 결과에 일반 여론조사와 같은 과학적 타당성을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전문가 집단의 인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이 민주주의에 미칠 영향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사실 왜곡과 저널리즘의 후퇴, 감시 자본주의가 그 규모와 속도 면에서 급격히 다가올 것이라는 데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대부분의 낙관론자 역시 민주주의가 더욱 잘 작동되도록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결과를 보는 눈은 다르지만 신뢰와 진실, 민주주의의 상호작용에 대한 공통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퓨리서치센터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의 논리는 대체로 이렇다. 사실을 조작해서 무기화 하는 디지털 기술의 오용은 민주적 제도나 사람들의 상호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신뢰의 퇴조는 민주적 과정이나 제도가 시민들에게 권한을 부여한다는 신념을 무너뜨리게 만든다. 딥페이크 같은 기술과 허위 정보는 신뢰 기반을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신과 공포가 오랫동안 진실을 파헤치는데 앞장서온 저널리즘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뿐만 아니라 거대 기술 기업들이 민주주의 미래를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이들 독점적 기업들은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면서 민주적 담론을 만드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키미디어 재단의 선임 디자인 연구원인 조나단 모건(Jonathan Morgan)은 3가지 문제를 지적한다. 1)기관이나 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파괴하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믿게 하기 위해 이익집단이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수단으로 소셜 미디어 사용. 2)시민들에게 정보를 모으고, 정보를 제공하고, 정치적 이해 관계 그룹들과 거래하는 플랫폼 회사들의 역할. 그는 이들 기업들의 수익적 동기, 비즈니스 모델, 정보 수집 관행, 불투명한 업무 처리 과정,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권력은 민주주의를 형편없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3)디지털 플랫폼 및 데이터를 수집하고 거래하는 경제 주체, 그리고 국가 권력에 의한 감시 강화. 머신 러닝이 뒷받침하는 강력한 감시 기술은 안전하고 동등하게 참여하는 시민의 권리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향후 민주주의에 대해 보다 낙관적으로 보는 이들은 여러 문제들이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 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인류는 지금까지 변화에 잘 적응해왔고, 민주주의가 직면한 문제와 싸우는데 기술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은 기술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이변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퓨리서치센터는 기술과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핵심적 내용만 추려 아래와 같이 간략히 정리했다.
1.민주주의에 대한 우려
권력의 불균형 : 권력을 가진 이들은 대중이 아닌 자신들에게 봉사하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해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권력 행사에 저항할 충분한 지식을 가진 대중은 거의 없다.
– 기업과 정부의 아젠다는 일반적으로 민주적 목표와 결과에 기여하지 않고, 권력을 가진 자들을 위해 봉사한다.
– 디지털 네트워크 감시 자본주의는 통제하는 사람과 통제 당하는 사람으로 대조되는 비민주적 계급 시스템을 만든다.
– 디지털 역량 부족과 무관심은 정보에 어둡고 의식이 없는 대중을 양산하고, 민주주의와 사회 구조를 약화시킨다.
– 기술은 선거와 유권자를 대상으로 무기화 할 것이다.
신뢰 문제 : 허위 정보와 조작된 정보의 발흥은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 기술 기반의 사실 왜곡은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는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짓누른다.
– 소셜 미디어에 의한 양극화 구조와 신뢰받는 저널리즘의 퇴조로 인한 문제는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
– 변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조작 기술의 속도와 규모, 그에 따른 영향을 극복할 수 없게 될 지 모른다.
2.낙관의 희망과 해결 방안
피할 수 없는 혁신 : 개인과 사회 시스템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역사는 장기적으로 인간의 적응이 어떻게 성과를 내는지 보여준다.
– 앞으로 10년 동안 시민의식 향상, 디지털 문해력 증진, 교육자들의 더 많은 참여가 개선의 증거의 될 것이다.
– 시스템의 개선과 기술 인력의 증진된 윤리 의식의 변화가 민주주의를 돕게 될 것이다.
– 인간의 행동은 항상 민주적 이상에 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영감을 받은 이들은 이런 어두운 면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리더십과 운동가들의 불안은 변화를 만들 것이다
– 정부와 선각의 지도자, 운동가들은 더 낳은 민주주의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서로 협력하며 정책과 과정을 이끌 것이다. 기술이 해결의 일부가 될 것이다
– 민주적 거버넌스 해결책은 기술과 인공지능 같은 혁신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이것은 신뢰할 수 있는 토론을 보장하고 시민들에게 더 큰 권한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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