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측 및 경고

중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우안 중앙병원 안과의사 리 웬리앙은 2019년 12월 30일 새로운 전염병의 확산을 경고했다. 그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것을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초기에 적극 대처했더라면 지금의 전쟁 같은 사태로 번지지는 않았을 지 모른다. 리 웬리앙은 사회 불안을 조성한다며 당국에 의해 입막음을 당했고, 시진핑이 뒤늦게 악마로 규정한 이 신종 바이러스에 의해 그도 희생자가 되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2020년 1월 30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WHO의 첫 보고가 나온 것이 2020년 1월 9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경고는 그에 앞선 1월 6일이었다. 인공지능은 이보다 빨랐다. 2019년 12월 31일 캐나다의 의료기반 스타트업 블루닷(BlueDot)이 집단 감염이 우려된다는 경고음을 발령했다. AI가 먼저 알고 지구촌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을 최초로 예고한 것이다.

블루닷 홈페이지 캡처

블루닷은 질병을 경고하는 시스템이다. AI 알고리즘이 핵심 역할을 한다. 2013년 캐나다 의사 캄란 캄이 만든 블루닷은 AI 기계학습으로 언론 보도나 동식물 질병의 흐름, 항공사의 발권 상황 같은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면밀히 조사한다. 이렇게 해서 전염병 집단 발병의 가능성을 예측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서울과 방콕, 타이페이, 도쿄 등으로 퍼지는 것을 정확히 맞춘 것도 블루닷의 인공지능이다.

2.추적 및 방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마스크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국가간 자유 왕래가 차단되고, 학교가 문을 닫고, 산업 생산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감염 환자의 이동 경로를 지도로 보여주는 코로나맵이나 코로나 알리미 같은 앱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헬스맵(Healthmap)은 실시간 세계보건지도다. 인공지능으로 질병의 패턴을 분석하고 감시한다. 웹 사이트 ‘healthmap.org’와 모바일 앱 ‘Outbreaks Near Me’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염병 정보를 제공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 정보를 이용해 바이러스가 발병한 지역 또는 감염 범위를 식별할 수 있다. 언론 보도와 목격자 보고서, 전문가 의견, 공식 보고서 등 다양한 소스의 정보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질병의 진행 상황과 추이 등을 알려준다.

헬스맵 홈페이지 캡처

겉잡을 수 없이 사태가 번지고 있는 중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를 가려내기 위해 인공지능을 동원했다. 중국의 일간지 Xinmin Evening News는 AI 음성 비서가 의심 환자를 식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가 주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개인의 신상과 건강 상태, 방문 지역 등 여러 질문을 하고 이를 종합하고 판단해 자가 격리를 권고한다.

“당신의 상태를 볼 때 검역 관찰을 위해 14일간 집에 머무를 것을 권고한다. 우리는 후속 조치를 위해 지역 보건소에 당신의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도움이 필요하면 지역 위원회에 문의 바란다.” AI는 이렇게 대응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신속한 추적과 방역에 기여한다. 이런 업무를 사람이 수작업으로 200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하려면 두 세 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AI는 불과 5분 안에 깔끔히 처리한다.

AI 체온 측정 시스템도 등장했다. 바이두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베이징 같은 대도시의 기차역이나 공항 등 많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배치되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마에 AI가 적외선을 비춰 체온을 측정한다. 고열 증상이 있으면 시스템이 경보음을 울리고, 얼굴을 스캔해 보고한다. 길게 줄을 서서 체온 측정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덜고 검역 업무 담당자가 의심 환자와의 접촉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차단한다.

3.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알리바바그룹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업체인 알리윈(阿里云)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자사의 인공지능 기술을 무료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천문학적 계산이 필수적인 작업이다.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과 단백질 검사 등에 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AI로 단축시키겠다는 것이다. 알리윈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연구 개발 데이터를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비상이 걸린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기존 약물을 활용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 재창출 지원에 나섰다. 다른 질병 치료제로 쓰고 있는 약물 가운데 신종 바이러스 퇴치에 활용할 수 있는 약물을 AI로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긴급 연구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미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AI 신약 개발 업체인 디어젠(Deargen)과 단국대 강근수 교수 연구팀은 시판 중인 항바이러스제를 AI로 분석한 결과 BMS의 HIV 치료제인 아타나자비르(atanazbir)와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다 실패한 렘데시비르(remdesivir)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구촌을 자칫 재앙에 빠뜨릴 수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와 퇴치를 전세계가 힘을 모으고 있다. 진앙지인 중국은 물론 각 나라마다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안타까운 초기 대응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2003년 사스 사태와 비교할 수 있는 거슨 기술의 눈부신 성장이다. AI의 비약적인 발전은 산업과 생활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번 사태도 예외가 아니다. 인력과 의지의 한계를 인공지능이 극복하는 길이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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