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인구 2만의 작은 도시 락포트(Lockport)가 주목을 받은 것은 2018년 3월 지역 교육당국이 미국의 공립학교로서는 처음으로 얼굴인식 장치를 설치하겠다는 발표에서 비롯되었다. 2년여 가까이 학부모와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찬반의 극명한 입장 차이가 있었지만 결국 계획대로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육 당국과 얼굴인식 장치를 찬성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서 빈번한 학교 총기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교육 당국의 첫 발표도 2018년 2월 플로리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제적생의 총기 난사로 학생과 교사 17명이 희생된 직후에 나왔다.

학교에 설치된 얼굴인식 장치는 캐나다 SN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이지스’(Aegis)라는 시스템이다. 학교 출입구와 주변에 설치된 수 백대의 감시 카메라를 통해 사람의 얼굴과 물체를 인식한다. 학교를 출입하는 학생과 교직원, 방문객 등 모든 사람들을 일일이 감시하고, 무기 소지 여부도 탐지한다. 10여종의 총기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인물은 아예 학교로 들어올 수 없게 만든다. 성 범죄자나 학교 출입이 금지된 전직 교직원, 법 집행기관에 의해 위험 인물로 간주된 사람 등 이른바 요주의 인물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의 얼굴을 일일이 대조해 접근을 막게 된다. 이들이 카메라에 비치면 얼굴 사진과 함께 보안 담당자에게 자동으로 경고가 발령된다. 그리면 보안 요원이 블랙리스트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는 작업을 벌인다.

락포트 고등학교

학교에 접근하는 사람이 총을 갖고 있는 것을 얼굴인식 시스템이 탐지하고, 보안 요원이 이를 확인하면 행정 관서와 경찰서에 동시에 경고가 울린다. 학교에 연락이 닿지 않으면 경찰은 이를 실제 상황으로 간주해 비상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요주의 인물 대상에 학교 제적생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얼굴인식 장치를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 모두 학생 보호와 안전이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일치한다. 다만 방법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일부 학부모와 뉴욕시민자유연맹(New York Civil Liberties Union) 같은 시민단체는 얼굴인식 기술이 프라이버시 침해, 정확성의 문제, 인종 편견 같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상업적 얼굴인식 시스템의 잘못된 인식률이 아프리카계나 아시아인이 백인에 비해 10배에서 100배 높고, 남성보다 여성, 중년보다 노인의 인식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2019년 말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의 연구 내용을 지적하면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성인에 비해 어린이나 청소년의 얼굴인식 에러가 많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문제 인물로 분류된 아이들의 얼굴 사진이 경찰의 얼굴인식 데이터 베이스와 연동되면 잠재적 범죄 용의자 블랙리스트에 올라 평생을 옭매이는 족쇄가 될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얼굴인식 기술은 비윤리적이고 인종차별을 부추길 수 있디고 주장한다.

학교 문턱을 넘어선 락포토의 얼굴인식 장치 도입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곳도 있다. 샌프란시크와 매사추세츠주의 서머빌은 얼굴인식 시스템의 추방에 나섰다. 연방 정부가 운영하는 공항 같은 곳을 제외하고 얼굴인식 기술의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시 당국의 엄격한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술의 정확성과 윤리성은 늘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폭력에 상시 노출된 미국 사회의 모순은 아이들마저 감시 체계에 들어서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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