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5일 뉴스위크는 ‘로봇의 독해력 인간을 넘어서다, 수백만 일자리 위협(ROBOTS CAN NOW READ BETTER THAN HUMANS, PUTTING MILLIONS OF JOBS AT RISK)’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알리바바의 인공지능이 독해력 테스트에서 인간보다 우수한 능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CNN도 그 다음날 ‘컴퓨터가 독해력에서 인간을 능가하고 있다(Computers are getting better than humans at reading)’는 뉴스를 내보냈다.

AI 독해력 테스트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 전문가들에 의해 고안되었다. 위키피디아에서 주제별로 500개의 글을 선정해 읽게 한 뒤 10만개 이상의 질문을 던져 정확도를 측정했다. 예컨대 종교개혁을 주도한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루터의 생애를 읽게 한 뒤 그를 둘러싼 다양한 지식을 물어보는 방식이다. 첫 보도가 나온 지 1년 8개월이 지났다. AI의 독해력이 인간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한 만큼 지금쯤이면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아직 상품화 한 사례도, 후속 보도도 찾기 어렵다.

왜 그럴까? 우리에게 전해지는 AI와 실제의 AI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뉴욕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AI 스타트업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Geometric Intelligence) 설립자인 게리 마커스(Gary Marcus)와 뉴욕대 컴퓨터 과학과 교수인 어네스트 데이비스(Ernest Davis)는 최근에 함께 펴낸 책 ‘리부팅 AI(Rebooting AI)’에서 인간의 능력에 필적하거나 능가한 지능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그럴 것이라고 믿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고 말한다.

‘리뷰팅 AI’ 책 표지

이들은 다음과 같은 짧은 글을 예로 들면서 AI의 독해력에 대해 쓴소리를 한다. ‘클로에와 알렉산더 두 어린이가 산책을 나갔다. 그들은 개와 나무를 보았다. 알렉산더는 또 고양이를 보고 클로에에게 알려주었다. 그녀는 고양이를 쓰다듬어주러 갔다(Two children, Chloe and Alexander, went for a walk. They both saw a dog and a tree. Alexander also saw a cat and pointed it out to Chloe. She went to pet the cat.)

이 내용을 읽은 AI에게 누가 산책을 했는지 질문하면 두 어린이의 이름을 금방 알아 맞출 수 있다. 문장 속에 이름이 정확히 나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문을 돌려서 클로에가 고양이를 보았는지 물어보면 AI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고양이에게 다가갔으니 본 것이 당연하지만 천하의 AI가 이런 극히 상식적인 것조차 답변하지 못한다. 제시된 글에 직설적으로 표현된 것을 넘어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AI 독해력의 한계다. AI를 연구 개발하는 IT 기업들이 이 같은 상황을 정확히 알리지 않을 뿐 아니라 홍보자료에 의존한 언론은 과장 보도를 일삼는다. 자그마한 성과를 침소봉대한다는 것이다.

이게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실제보다 우리에게 훨씬 더 가깝게 다가온 것으로 믿게된다. 그리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밀어닥치는 AI 태풍에 대한 공포와 기계에 떠밀려 사라질 일자리 걱정으로 불안감을 안고 산다. 미디어 스타트업 쿼츠(Quartz)는 혁명적인 것처럼 보이는 AI의 성공 소식은 대개 사소한 진전일 뿐이라며 과장을 믿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두 저자의 책을 인용해 AI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다음과 같은 6개의 질문을 던져보라고 조언한다.

1. 수사는 빼고 AI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AI 독해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이해한 것인가 아니면 텍스트의 일부 내용만은 인식한 것인가?)
2. 결과가 얼마나 일반적인가?(예들 들어 독해의 수단이 모든 면에 적용되는가 아니면 단편적인 것에만 적용되는가? AI의 독해력이 소설로 훈련을 받았다면 뉴스도 읽을 수 있는가?)
3. AI를 내가 시험해 볼 수 있는가?(그렇지 않다면 결과의 정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4. 개발자나 언론이 AI 시스템이 인간보다 우수하다고 말할 때 누구와 비교한 것이며 얼마나 낫다는 것인가?(전문가에 비해 그렇다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 작업을 하는 사람과의 비교인가?)
5. 실질적으로 특정 작업을 위한 AI를 만드는데 얼마나 걸리는가?(학문적 탐구 수준인가 아니면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인가?)
6. 시스템이 얼마나 강력한가?(방대한 재교육 과정 없이 다른 데이터와 어울릴 수 있나? 예를 들면 낮에 길들여진 무인 자동차가 밤이나 눈길, 또 지도에 우회 표지판이 없어도 잘 운행할 수 있는가?)

AI 세상이 도래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아직은 거리감이 존재한다. 인공지능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AI의 진척에 대한 무조건적 맹신보다는 비판적 시각의 접근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AI를 둘러싼 지나친 낙관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지금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독창적 능력에 더 점수를 줘야 할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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