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되면 중국의 가정집이나 가게 대문에 입춘대길, 만사형통과 같은 글귀가 붙어있다. 지금도 특별한 날이 되면 이런 글귀들을 써 붙이곤 하는데 이를 대련(对联)이라고 한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대련을 쓰는 인공지능 샤오웨이(小薇)이다.

대련은 일종의 문자 놀이인 동시에 중국 조상들의 생활과 생각이 담긴 전통문화이다. 그 구조는 상련과 하련으로 나뉘며 기본 조건은 글자 수가 같아야 하며, 단어의 성질은 상대적이어야 하고, 문장의 구성 방식은 동일해야 한다. 이렇게 제한된 형식 속에서 의미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문학 작품보다 난이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샤오웨이를 개발한 사람은 유시슈에(游世学)로 대련을 통해 샤오웨이가 자신들의 문자와 언어를 식별하고 나아가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한다. 샤오웨이는 5만 편의 대련을 학습했고 실제 사람들과도 대화 및 교류도 가능하다.

이번 대결 방식은 인공지능이 작성한 작품을 찾는 것으로 득표수가 가장 많은 작품이 탈락하게 된다. 샤오웨이에 맞서는 인류 검증단으로는 쟈쉐메이(贾雪梅), 쟈오지지에(赵继杰), 진루이(金锐)이다. 모두 대련 관련 대회에서 입상을 한 고수들이다. 문제 출제자로는 샤오빙 때와 같은 유명 작가이자 평론가인 스항(史航)이다.

초록동색(草綠同色)

첫 번째 대결의 주제는 대련의 격식 중 하나인 ‘무정대(无情对)’이다. 무정대는 중국 고대 문인들이 하던 글자 놀이로 상련과 하련이 서로 정연하지만 뜻은 연관이 없어야 한다. 미션은 상련으로 공개된 ‘明天下雨(내일은 비가 온다)’에 맞춰 적절한 하련을 쓰는 것이다. 즉, 明(내일), 天(하늘), 下(아래), 雨(비) 각각의 글자에 대구를 이루는 글자를 쓰되 의미가 생겨 작가의 생각이나 감정이 드러나선 안 된다. 우리도 明天下雨와 대구를 이루는 한자 4글자를 써보자.

샤오웨이는 대결 시작과 동시에 하련을 금방 지어냈고 뒤이어 사람 작가들도 완성했다. 다음 중 샤오웨이가 쓴 하련을 찾아보자. 사람은 아무래도 스스로의 느낌 및 개성이 표출되는 것을 억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번 대결은 사실상 쉽다.

두 번째 작품이 샤오웨이의 작품이고, 총 10표를 받아 미션을 통과했다.

두 번째 대결의 주제는 ‘의경(意境)’으로 중국 전통 문예에서 추구하는 예술적 정취 및 심미성이다. 즉, 개인 내면의 감정이 굉장히 중시되기에 패널과 참가자들 모두 인간이 우세할 것이라고 보았다. 미션은 특정 곡의 가사를 보고 자신의 감정에 따라 상련과 하련을 작성하는 것이다. 선정된 가사는 주걸륜(周杰倫)의 <말할 수 없는 비밀> 속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비 내리던 날이 아니라 너와 함께 비를 피하던 지붕 아래야(最美的不是下雨天,是曾与你躲过雨的屋檐)’로 첫사랑의 설레고 아픈 감정을 담아낸 가사이다.

대결이 시작되고 샤오웨이는 곧바로 상련과 하련을 써냈고 대련 고수들 역시 금방 대련을 완성했다. 사람 작품 사이에 숨어 있는 샤오웨이의 작품을 찾아보자. 감정의 깊이와 심미성이 떨어지는 작품을 찾으면 되니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작품은 두 번째 것으로 가장 많은 19 표를 받으며 샤오웨이는 과제를 통과하지 못했다.

계계승승(繼繼承承)

두 번의 대결에서 샤오웨이가 지어낸 대련을 잘 찾아내었는가? 샤오웨이의 작품은 사람들로 하여금 적잖은 혼동을 주었다. 두 번째 대결에서도 다른 두 작품과 4, 5표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언어식별 능력이 문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인류문화를 이해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일까.

대련은 단순히 문자 놀이가 아니라 중국의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는 하나의 문화유산이다. 문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되고 그 깊이가 더해진다. 이에 현대인들도 전통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문화는 꾸준히 쌓여온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연구할 때 바로 특정 시대에만 집중해서 살펴보기 때문이다. 반면, 인공지능이 중국 당나라 문화를 배운다고 하면 1400년이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다면 문화는 데이터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그에 앞서 문화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문화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단정 지어 이야기할 수 있을까. 도대체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우리의 문화가 어떤 내용인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 대련 몇 구를 지어내면서 인류문화를 이해했다고, 단지 표면적 흉내를 내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인류는 이전 것을 잘 계승하고 보존해 나가야 한다고 한다. 과연 인공지능이 이런 역할을 담당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문화 계승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이전 문화에 대한 정체성이 흔들리고 새로운 문화가 빠르게 생겨나는 21세기에 전통문화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지켜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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