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 세 번째 주제로는 안면인식 대결을 선택하였다. 무엇보다 안면인식 기술이 중국에서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회사 ‘알리바바(阿里巴巴)’를 비롯해 여러 회사들이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신분확인, 상품 결제, 호텔 체크인 등 다양한 생활 분야에 적용시키고 있다.

안면인식 인공지능의 강점은 정확성에서 드러난다. 사람이 안면인식을 할 때는 눈, 코, 귀, 입술 등 얼굴의 어느 부분이 얼마나 닮고 다른지 ‘감각’에만 의지하지, 사실상 수치화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안면인식 인공지능은 닮음의 정도를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기지과인 첫 번째 에피소드는 근거 있는 정확성과 믿음을 자랑하는 인공지능 “어안중명(御眼重明)”과 10년 동안 7만 장의 몽타주를 그려 사건을 해결한 경찰관과 안면인식 대결을 펼친다.

어안(御眼)은 도교 이랑신(二郎神)의 제3의눈, 중명(重明)은 양쪽 눈 각각 두 개의 동공을 가진 신수의 눈이다.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의 행보와 범죄행위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어안중명(御眼重明)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클라우드워크(云从科技)” 회사의 과학기술 R&D 총감독 “리샤펑(李夏风)”은 안면인식 기술이 사회의 치안에 큰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안면인식에 특화된 인공지능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들의 안면인식 인공지능은 중국 8대 허브공항 대부분에 설치되었으며 공항 보안 시스템을 더욱 향상시켰다. 특히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어안중명이 주력하고 있는 아동의 실종 및 유괴에 대해서 신원을 빠르게 파악하고 해당 아동을 찾는 분야를 다루고 있다.

어안중명은 1000만 명이 넘는 사람 얼굴과 2억 장의 사진을 보고 학습하며 사람 얼굴의 특징을 600개로 분류했다. 이후 이 모든 특징들을 분석하여 하나의 숫자 데이터로 표현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과 사진을 학습한 결과 어안중명의 안면 식별 가능성은 99%에 달하며 더 놀라운 것은 불과 몇 초 만에 식별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오리무중(五里霧中)

첫 번째 대결은 엘리베이터 CCTV에 찍힌 아이의 모습을 보고 어안중명과 린위훼이(林宇辉) 경관이 게스트로 나온 10쌍의 부모 중에서 그 아이의 부모를 찾는 내용이다. 아이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만 아이의 얼굴을 보고 부모를 찾아내는 미션은 사실 어안중명과 린경관 둘 모두를 당황스럽게 했다. 더군다나 CCTV에 찍힌 아이의 사진이 그렇게 선명하지도 않고 완전한 정면도 아니었다. 어안중명은 빠르게 10쌍 부모의 얼굴을 먼저 식별한 후 아이의 사진과 비교를 통해 가장 높은 확률이 나온 부모를 택했다. 린경관은 자신만의 노하우로 꼼꼼히 아이 사진과 부모들의 얼굴을 대조하였다. 그 결과 어안중명과 린경관 모두 그 아이의 부모를 찾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대결은 첫 번째 대결에 비해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다. 영상 속 차 안에 매우 흐릿하게 찍힌 아이의 얼굴만이 제공되었고 일반인들이 보았을 때는 도저히 아이의 얼굴을 식별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베테랑 린 경관 역시 이런 정보만을 가지고 아이의 부모를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난색을 드러냈다.

대결을 시작하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안면인식 AI는 아이의 얼굴과 29%의 일치도를 갖는 부모 한 쌍을 지목하지만 실제 부모는 찾아내지 못했다. 리샤펑(李夏风) 역시 29%의 낮은 일치도에 대해 안면인식 AI는 흐릿한 명도와 정확한 시각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거의 수집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다고 설명한다. 반면 린경관은 흐릿함 속에서도 몽타주를 그려내 얼굴의 윤곽, 둥근 코, 눈썹 등 아이 얼굴의 특징을 파악하여 부모 두 쌍까지 답을 좁혀나갔다. 확인 결과 아이의 부모는 두 쌍 중에 한 쌍이었다.

취장보단(取長補短)

게스트 중 한 명인 선진기술 개발 센터 주임 장지엔웨이(张建伟)는 인공지능의 강점과 약점을 보간법(interpolation)과 보외법(extrapolation)을 이용하여 설명한다. 보간법은 A부터 B까지 이미 주어진 데이터 내에서 일어나는 추측이다. 하지만 보외법은 주어진 데이터 밖에서 벌어지는 확률을 계산하여 스스로의 감각을 가지고 추측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인공지능은 보간법 방면에서는 강세를 띠는 반면 보외법 방면에서는 약세를 보인다.

이번 편에서 사진이 비교적 명확히 나온 첫 번째 미션에서는 어안중명 안면인식 인공지능이 보간법을 통해 쉽게 얼굴을 식별해낸다. 하지만 두 번째 미션에서 매우 흐릿한 사진을 보고는 식별하지 못하는데 이는 인공지능에게 있어서 그 사진이 보간법에서처럼 뚜렷한 데이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린경관 또한 뚜렷한 사진, 즉 데이터가 주어진 첫 번째 미션에서는 보간법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단, 데이터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 두 번째 미션에서 수사망을 좁혀간 것은 보외법 즉 인간만의 경험, 시각, 사고방식 등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또한 보외법적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능한가? 정확한 데이터가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의 감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숙제일 것이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선 린경관과 같은 전문가들의 노하우 전수가 필요하다. 사람의 손에서 탄생한 인공지능은 지금까지는 사람의 데이터가 있어야만 그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인공지능 스스로 학습 방법을 터득하게 한다는 딥러닝 역시 출발점은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데에 있다.

보외법에서 활용되는 사람만의 감각, 노하우 또한 데이터로 처리하여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킨다면 인공지능 역시 보외법에서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인공지능보다 더 뛰어나 보이는 부분은 인공지능의 한계를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학습법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생활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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