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5년에 태어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는 온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근대 서양음악의 기초를 구축했고, 후대 작곡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음악을 공부하는 이들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교과서적인 존재다.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바흐 탄생 334주년을 구글이 특별한 방식으로 기념했다. 이용자들에게 천재 작곡가와 인공지능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2019년 3월 21일, 바흐 탄생일인 이날 전세계 구글의 검색 창 메인 화면에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의 캐릭터 로고가 새겨졌다. 특별한 날이면 구글이 메인 화면의 모습을 바꾸는 구글 두들(Google Doodle)이다. 구글 두들에 인공지능이 적용된 것은 처음이다. 이용자들이 로고를 누르고 짧은 멜로디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바흐의 느낌과 형식으로 조화를 이룬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들려주었다. 구글은 이런 이벤트를 통해 바흐 탄생을 기념하는 동시에 자사의 AI 작곡가를 홍보했다.

바흐 탄생일을 기념하는 구글 두들

이용자들에게 자신만의 바흐를 경험하게 한 구글의 인공지능은 코코넷(Coconet)으로 이름 붙여진 기계학습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구글의 마젠타(Magenta)와 페어(PAIR) 연구팀의 합작을 통해 만들어졌다. 인공지능이 바흐의 달인이 되기 위한 방식은 이러했다. 코코넷은 306개의 바흐의 합창곡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바흐의 곡들을 잘게 쪼개서 파편화 해 무작위로 지워버렸다. 그런 다음 코코넷으로 하여금 지워진 음을 추정해 메워 넣게 했다. 이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어떤 종류의 간단한 멜로디라도 새로운 바흐 음악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코코넷이 음악을 만드는 방식은 기승전결의 전통적인 형태를 벗어난다. 곡의 어느 위치나 단계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가령 인간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곡을 쓸 때 작곡의 전 과정을 맡기는 게 아니라 특정한 부분에서 코코넷을 적용해 수많은 반복 과정에서 나온 멜로디 가운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버리고 마음에 드는 것만 취하는 형태로 원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전문 음악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를 활용해 완성도 높은 곡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토벤의 곡에서도 코코넷의 능력은 입증되었다. 제9번 합창교향곡에 나오는 유명한 ‘환희의 송가(Ode to Joy)’ 마지막 부분을 일부러 변조해 이상하게 만들었더니 인공지능이 끊임없는 반복 재생 과정을 통해 그 부분을 수정해 조화를 이루게 만들었다.

 


 

음악은 컴퓨터를 만나 오래 전부터 합성음을 만들어냈고, 인공지능이 음악을 만드는 것은 이제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인간이 만든 수많은 곡들을 학습하고 분석해 분위기와 장르, 악기에 어울리는 곡을 맞춤 생산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영국의 주크데크(Jukedeck) AI 작곡 프로그램을 이용한 인공지능 음반사가 국내에 설립되었고, 미국의 팝 가수 타린 서던(Taryn Southern)은 앰퍼 뮤직(Amper Music)의 AI 플랫폼을 활용한 곡을 출시했다.

음악은 인간의 창작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기계와 기술에 의해 그 선입견은 무너지고 있다. 렘브란트를 부활시킨 AI 화가가 만들어졌듯이 AI 모차르트, AI 괴테, AI 파바로티, AI 엘비스 프레슬리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의 영역을 모두 기술에 맡기는 시대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인공지능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창작의 고통이나 과정, 그에 따른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지도, 인식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과 예술가의 역량을 확장하는 것은 기술이 주는 선물이지만 스토리텔링이 없는, 인간이 빠진 기술의 결과물을 감동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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