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변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쫓아가기 바쁘고 변화의 방향은 예측하기 힘들다.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 세상을 바꾸고 이끌어가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기술 관련 전문 잡지인 와이어드가 연례 트렌드 보고서를 냈다. 각 분야 저명 인사들의 예측을 바탕으로 한 ‘The WIRED World in 2019’라는 이 보고서는 기술이 주도하는 2019년의 8가지 변화의 흐름을 전망한다.

기술은 새로운 감각을 만들 수 있다

인간의 의식은 개인의 감각적 경험에서 나온다. 이를 뜻하는 ‘퀄리아(Qualia)’를 계량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촉각이나 미각, 청각, 시각, 후각 같은 감각은 외부에서 얻어진 정보가 뇌를 경유해 생성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뇌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뇌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이 있다면 이제껏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감각을 찾을 수 있을 지 모른다.

스탠포드대학 교수이자 신경과학자인 ‘더 브레인(The Brain: The Story of You)’의 저자 데이비드 이글맨(David Eagleman)은 뇌과학과 기술은 함께 진화 발전하며 뇌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순간에 와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뇌에 직접적으로 새로운 데이터 스트림을 공급할 수 있다면 새로운 ‘퀼리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환상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기술은 그것을 테스트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현실은 지금의 현실 그 이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소형 위성이 세상을 바꾼다

인공위성은 새로운 통신 시스템을 구축해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도 이웃처럼 대화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우주의 궤도에 올라 특정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거대하고 복잡한 장치를 쏘아 올리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드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몇몇 국가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이제 큐브샛(CubeSat) 시대를 앞두고 있다. 가로 세로 10cm, 무게 1kg 남짓의 초소형 위성인 큐브샛은 1,2억원 정도의 적은 비용으로도 개발이 가능하다. 한국도 연구 개발이 진행중이다. 여러 대의 큐브샛을 군집 형태로 다양하게 운용할 수도 있어 우주 산업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경제학 콘서트(The Undercover Economist)’의 저자인 팀 하포드(Tim Harford)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대규모 경제 현상의 수면 아래에서 많은 것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몇 달 동안 때로는 몇 년 동안 정규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는게 있다.”고 전제하면서 큐브샛을 예로 들면서 “2019년에는 날마다 그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큐브샛, NASA 홈페이지 캡처

대중교통 수단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대도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사람들은 갈수록 도시로 몰려들고, 도시의 경계는 외곽으로 점점 뻗어 나간다. 대중교통 수단을 확장하라는 압력은 더욱 거세진다. 이런 문제가 불거졌을 때 땜질 수준의 처방만으로는 잠재적 교통난을 해결할 수 없다.

항공과 미디어, 관광산업 등에 진출한 영국의 기업집단 버진그룹(Virgin Group)의 창립자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기존 교통 체계의 개선이 아닌 전혀 다른 교통 수단의 등장을 예고한다. “지난 100년 동안 철도가 대중교통의 근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초고속 하이퍼루프(hyperloop)가 담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가 고안한 하이퍼루프는 진공 상태의 튜브 안에서 시속 1,0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린다. 하이퍼루프 시험 가동을 위한 1차 터널 공사가 이미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완공되었다. 리처드 브랜슨은 하이퍼루프가 가져올 변화를 상상해보라며 “기차로 3시간 걸리던 것이 30분으로 시간이 단축되고, 요금도 앞으로 도시에서의 대중교통 요금과 차이가 없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투브 캡처

자동화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게 있다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가 오면서 일자리 상실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하지만 여전히 일손이 필요하고, 이게 새로운 경제 수단으로 각광을 받게 되는 분야도 있다. 아이를 키우고 양육하고 인재로 육성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부모의 일이었다. 하지만 가르치고, 지도하고, 조언하고 도와주며 인재로 육성하는 것은 데이터 만능의 시대에도 자동화만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뉴 아메리카(New America)의 회장 겸 CEO인 마리 슬로터(Marie Slaughter)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상적인 직업들을 집어 삼킬 때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는 인재 경제(talent economy)는 더욱 매력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 “가정이나 직장에서 우리의 업무는 성별의 차이가 사라지는 성 중립적 성격이 확실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짜 영상이 혼돈의 세상을 만든다

사진과 영상은 사실을 증명하는 절대적인 수단이었다. 하지만 눈에 보여지는 이런 자료들이 이제는 팩트와 가짜의 경계에 서있다. 기술의 진화가 디지털의 폐해가 되어 영상을 활용한 속임수와 정치적인 조작의 수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만난 딥페이크 편집 기술은 사람의 얼굴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고, 립싱크를 가능하게 하고, 말과 얼굴 표정을 똑같이 따라하는 꼭두각시를 만들어냈다. 2019년에는 이런 교묘하고 기만적인 기술이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글의 신기술을 개발하는 자회사 직쏘(Jigsaw)의 연구개발 책임자인 야스민 그린(Yasmin Green)은 “딥페이크가 번성하는 가장 무서운 현실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세상은 앞으로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조작된 영상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디지털 의료기기, 헬스케어의 중심이 된다

우리의 신체 정보, 특히 건강 관련 모든 특이 사항들은 앞으로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활용해 더욱 쉽게 수집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여태까지 이런 기술에는 꽤 많은 제한이 있었지만 몸에 부착하고, 착용하고, 심지어 신체에 삽입하는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과 더불어 2019년에는 헬스케어 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를 점검할 뿐 아니라 개별적인 치유 방법도 제시하게 된다.

MIT 미디어 랩(MIT Media Lab)의 패티 마에(Pattie Maes) 교수는 “우리는 이미 매일 매일의 삶의 대부분을 모바일 기술에 의존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이제 곧 우리의 몸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게 만드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블록체인(Blockchain)이 예술 콘텐츠를 활성화한다

영화나 미술, 음악 등 예술 콘텐츠의 글로벌 시장은 해마다 그 가치를 높이며 팽창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늘 붙어 다니는 문제가 있다. 인터넷이 정상적인 유통을 가로막으면서 불법 복제 콘텐츠가 시장을 흐리는 주범이 되었다. 블록체인이 이런 문제를 근절하는 해결사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안전한 분산 원장(secure distributed ledger)’으로 묘사된다. 블록으로 묶이고 체인을 형성하면서 초기 인증에서 현재의 소유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의 암호화로 보안이 유지될 수 있다.

영국의 전 문화통신 장관인 에드 바이지(Ed Vaizey)는 “500억 달러 규모의 블록체인 사업의 5%만이 예술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블록체인은 전세계적으로 예술 콘텐츠의 거래량과 속도를 높이고, 투명성을 보장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유색 여성이 선거에서 강력한 파워를 드러낸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적대적인 반대세력의 중심에는 유색 여성이 자리잡고 있다. 2018 미국 중간선거에서 파란색으로 상징되는 민주당 후보들의 약진에도 이들의 역할이 컸다. 이들 유색 여성은 역사적으로 정부 기관의 고위직에 오른 경우가 드물었으며 최근에 진출이 조금 늘었다 하더라도 이들은 여전히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캐나다의 의사이자 UN 건강고용경제성장 고등판무관인 알라 뮤라빗(Alaa Murabit)은 “오늘날에도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80센트를 벌고 있으며,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여성은 각각 63센트와 54센트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들의 불만과 이들의 집단적의 의사 표현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이런 운동이 분배 문제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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