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에 잠긴 동굴 안에 2주간이나 갇혀있다 살아 돌아온 13명 태국 유소년 축구팀과 코치의 기적 같은 생환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이들의 침착한 대응과 전세계에서 달려온 다국적 구조대원들의 희생과 헌신은 인간 승리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구조 과정에서 첨단 기술과 장비도 주목을 받았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험회사 스페이스X의 소형 잠수함 ‘미니 서브(mini sub)’ 같은 경우다. 우주 로켓의 액체 산소 튜브를 개조해 만든 미니 서브는 현장에 실제 투입되지는 않았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 건물 붕괴, 폭탄 테러 같은 재난 현장에서 구조 작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인간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기계와 로봇이 대신한다. 가장 흔히 쓰이는 게 드론이다. 팔방미인 드론은 사람이 접근활 수 없는 험준한 산악 지역이나 위험 지대도 카메라를 장착해 샅샅이 관찰하고 수색한다. 2018년 7월 미국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 당시 드론은 용암이 흐르는 길목을 생중계해 주민들에게 안전한 탈출 경로를 제공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곤충 형태의 초소형 로봇 ‘HAMR(Harvard’s Ambulatory Microrobot)’은 육지뿐 아니라 표면장력을 이용해 물 위를 걸을 수 있고, 물 속으로 헤엄치는 것도 가능한 수륙양용 로봇이다. 무게가 불과 1.65g밖에 되지 않는 이 로봇은 수색과 탐사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지진이나 쓰나미로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갇혀 있지만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이 초소형 로봇은 미세한 틈새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찾는다.

HAMR, 하버드대 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화재 현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화염과 더불어 한치 앞도 볼 수 없게 만드는 연기와 독가스다. 2017년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사우나 화재 현장에서 56명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스웨덴이 개발한 ‘스모크봇(SmokeBot)은 연기로 가득한 화재 건물에 진입해 구조 활동을 벌이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가스 감지 센서와 열 감지 센서, 레이더, 레이저 스캐너가 장착되어 있어 소방대원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현장 상황을 지도 형태로 그려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지원한다.

스모크봇, 스모크봇 홈페이지 캡처

재난 현장에서 사람의 신체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을 찾아 생존자를 찾는 센서도 있다. 지진이나 붕괴 현장에서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찾는 일은 지금까지 사람의 냄새를 맡는 훈련 받은 수색견이나 음향 탐지기가 담당했다. 하지만 시간을 다투는 상황에서 보다 쉽게 생존자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키프로스의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작은 크기의 휴대가 가능한 새로운 장치는 5개의 센서를 장착해 생존자의 특정한 호흡과 몸에서 방출되는 아세톤과 암모니아 등을 찾아 위치를 확인한다. 드론에 장착할 수도 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은 호스처럼 생긴 특이한 모습의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움직이는 게 아니라 포도나무가 넝쿨을 뻗어가는 것처럼 몸 길이를 늘릴 수 있다. 무려 70m 정도까지 늘어난다. 그리고 좁은 공간을 뱀처럼 비집고 들어가 무거운 것을 들어올릴 수 있다. 때문에 이 로봇은 재난 현장에 투입돼 생존자들에게 물과 산소를 공급하고, 장애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스탠포드대 개발 로봇

미국 MIT 김상배 교수팀이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치타(Cheeta)3’는 카메라나 센서 없이 오로지 촉각에만 의존해 계단을 오르거나 장애물을 피해 걸을 수 있다. 빛이 전혀 없는 어둠 속에서 사람이 촉각에 의존하거나 지면을 머리 속으로 그리며 걸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를 적용했다. 로봇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모델 예측 제어 알고리즘(model-predictive control algorithm)’도 개발했다. 김 교수는 이 로봇을 활용해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나 원자력 발전소 같은 위험한 장소에 투입해 인명 구조에 나설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에밀리(EMILY)’는 해양 인명 구조 로봇이다. 미 해군과 해양로봇 전문기업 하이드로낼릭스(Hydronalix)가 공동으로 개발한 이 로봇은 바위나 암초에 부딪쳐도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 1.2m 크기의 이 로봇은 부표처럼 생겼다.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고, 시속 22마일의 속도로 조난 현장에 투입된다. 시리아 해상 난민을 포함해 수백 명의 인명 구조 실적을 올렸으며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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