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을 이용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빛을 안겨주려는 노력은 그 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오어캠(OrCam)이 만든 안경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면 부착된 카메라가 사물을 인식한다. 신문의 활자를 가리키면 음성으로 읽어준다. 최근에는 얼굴인식 기능까지 갖추었다. 중국 업체도 비슷한 제품을 만들었다. 안경에 부착된 2개의 카메라가 물체를 인식하고 거리를 계산해 음성으로 알려준다. 한 화면에 최대 천 개의 물체를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앞선 두 제품은 상품으로 만들어져 시각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지만 보조 기구일 뿐 사물을 직접 볼 수 있게 하거나 시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게 가능한 길이 열렸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벤처업체 ‘옥스사이트(OxSight)’가 개발한 스마트 안경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팡이나 안내견을 더 이상 필요 없게 만들지 모른다.

우리가 사물을 보고 시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은 두뇌가 그림 조각 맞추기를 하는 것과 같은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눈이 사물의 단편적인 특징, 예를 들어 색깔이나 명암, 크기를 인식하면 뇌의 후두엽과 두정엽이 전체의 모습을 그려낸다. ‘옥스사이트’의 스마트 안경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과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알고리즘, 카메라를 활용한다.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의 눈으로 감지되는 어떤 조그마한 특징이라도 세밀하게 잡아내 렌즈에 비치는 실제 세상의 모습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주위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든다.

이 안경은 시각장애의 정도에 따라 이미지의 명암을 높이거나 특별한 시각적 모양을 강조하고, 실제의 모습을 만화처럼 표현할 수 있다. 앞이 똑바로 보이지 않는 터널 비전(tunnel vision) 현상이 있거나 색상 인식 능력이 떨어진다면 그 부분을 보강할 수 있고, 녹내장에 시달리거나 앞이 흐려져 잘 안보이면 안경이 이것을 감안해 인식 능력을 높여준다.

‘옥스사이트’는 구글이 기술과 혁신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글로벌 임팩트 어워드(Google Global Impact Award)’를 통해 2015년에 5백만 파운드(약 7억 3천만원)를 지원받았으며 엔젤투자가들의 지원도 잇따랐다. 영국의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시제품 테스트가 진행되었고, 계획대로라면 2017년 말에 제품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옥스사이트’의 홈페이지에는 자신의 얼굴을 처음 보게 되었고, 접시에 담긴 음식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되었다는 증강현실 스마트 안경 사용자들의 체험담이 올라와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2억 8천만명이며 이들의 대다수인 90% 정도가 의료 환경이 열악한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으로 장애물을 알려주는 이전 제품들이 수백만 원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옥스사이트’의 안경도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은 극히 제한적일 수 있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그 혜택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은 여전히 냉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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