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 인공지능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복잡하다. 그것이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희망과 함께 그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노동과 일자리에 대한 전망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얼마 전에 닐슨코리아가 한국인의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는 그런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55.9%가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64.2%가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이 만든 피조물이 사람과 경쟁하는 현실은 쉽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더구나, 그것이 사람의 일을 보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보이고, 심지어는 사람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분야까지 넘보고 있다. 이제 인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을 찾거나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로봇에 대한 아홉 개의 짧은 이야기 모음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 I, Robot>에서 작가는 사람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 가능성을 탐구한다. 인간과 컴퓨터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과 인공지능은 함께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 네덜란드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미어텐스 연구소와 앤트워크 센터로 구성된 연구팀은 최근 새로운 디지털 창작시스템을 소개했다. 사람과 인공지능이 함께 소설을 창작하는 <위, 로봇: We, Robot> 프로젝트이다. 네덜란드 작가 로날드 기파트는 인공지능과 함께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의 열 번째 이야기를 쓰고 있다.

“합성문학(synthetic literature)”라고 이름붙인 공동 창작 시스템에서 기파트는 그래픽 인터페이스에 자신의 스토리를 문장으로 입력한다. 인공지능은 그 이야기를 이어주는 문장을 제시한다. 기파트는 그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무시할 수 있다.

언어와 문장 구조를 학습하기 위해 인공지능 시스템은 네덜란드 언어의 전자책 1만권을 사용하였다. 또한, 시스템은 아이작 아시모프와 네덜란드의 공상과학소설가 로날드 기파드와 유사한 단어, 구, 문장구조를 사용하여 그들의 문학 스타일을 모방하는 훈련을 하였다.

올해 네덜란드 독서 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기파드와 인공지능의 공동창작물인 <위, 로봇: We, Robot>는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 I, Robot>의 새로운 네덜란드어판의 마지막에 실려서 축제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개발자가 설명하는 이 시스템의 핵심은, “쓰기 과정에서 인간 작가를 자극”하는 것이다. 기파트는 자신을 여전히 “보스지만 (시스템도) 일을 한다.”고 간주한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를 소개한 어떤 기사는 그 시스템을 “문학에 대한 열망은 있지만, 재능이 부족한 사람을 위한” 이상적인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 사람은 여전히 주도적 역할을 한다. 시스템은 작가의 지시를 그 자신의 창조적 능력을 사용하여 반응함으로써 이행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합성문학”은 사람이 주도하는 협업이고,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위한 실험이다.

예술 분야에서 공동 창작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그것은 “컴퓨터가 창의적일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컴퓨터가 발명된 이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온 것이다. 컴퓨터의 창의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비록 인간에 의해 생산되었다고 해도 그 산출물이 창의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면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컴퓨터 창의력 논쟁은 모두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컴퓨터는 단순히 인간의 창작을 위한 도구일 뿐인가, 아니면 그것을 창의적인 대리인(agent)로 간주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창의 과학자 보덴은 “컴퓨터 예술가는 시스템에 무엇을 입력할 것인지, 그 시스템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그 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산출물의 예측불가능성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사람이다.”라고 주장한다.

보덴에 따르면 가장 예측하기 힘든 산출물조차도 컴퓨터 예술가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개발자가 시스템의 정확한 산출물을 예측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개발자가 프로그래밍 하는 과정에서 만든 선택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기파트가 사용하는 공동 창작 시스템은 독자적으로 전체 책을 쓸 수는 없다. 하지만 기파트의 소설을 이어가기 위한 단락을 생산할 수는 있다. 기파트는 궁극적으로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의 산출물을 선택할 힘(권한)을 가진다.

기파트와 함께 작업한 공동창작시스템은 <위, 로봇: We, Robot>의 공동저작자로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비록 창작 시스템이 기파트의 작업을 보조하는 단순한 툴인지, 아니면 그 자체를 하나의 대리인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뜨겁지만, 가까운 미래에 그것이 인간 작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사람과 인공지능의 협업은 분명 인간 능력의 한계를 극적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그 시스템이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사용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다. 전자 기타가 나온 지 한 세기가 지났지만, 우리가 그 잠재력을 알아본 것은 지미 핸드릭스의 놀라운 연주를 보고 나서이다.

“합성문학”이 사람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미래가 될 수 있을까? 그 답은 <위, 로봇: We, Robot>를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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