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을 쓰지 않고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이고, 뇌의 기능을 확장해 사람을 초능력자로 만드는 마법과 같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의학 분야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의 존스홉킨스대학은 2014년에 어깨까지 양팔을 모두 잃은 사람이 인공 팔을 움직이거나 컵을 쥘 수 있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의수에 특정 소켓을 장착해 신경 계통이 개별 근육에 내리는 명령의 패턴을 인식할 수 있게 한 덕분이다.

미국 보스톤에 있는 있는 ‘뉴러블(Neurable)’이라는 스타트업이 마우스나 조이스틱을 손으로 조종하지 않고 머리 속의 생각만으로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 게임을 개발했다. 머리에 쓰는 헤드셋에 7개의 전극을 부착해 뇌에서 보내는 신호를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특정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가상 공간에서 자신의 의도대로 게임을 진행하는 게 가능해졌다. ‘어웨이크닝(Awakening)‘이라는 이 게임은 HTC의 헤드셋을 활용하는데 2018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게임을 체험한 뉴욕타임스 기자의 기사 첫머리는 이렇게 이렇게 시작한다. “헤드셋을 쓰고 게임이 시작되면 하얀 벽으로 둘러 쌓인 작은 방으로 안내된다. 이 방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손을 쓸 수는 없다. 오직 머리로만 움직여야 한다. 바닥에 있는 공을 발견해 생각만으로 집어 들고 거울을 향해 던진다. 유리가 깨진 벽에 휘갈겨 쓰여진 몇 개의 숫자가 보인다. 다시 생각만으로 그 숫자를 벽에 있는 디지털 도어록의 키패드에 입력하자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가게 된다.”

뇌의 신호를 읽는 이 가상현실 게임의 원리는 전혀 새로운 것으로 불 수는 없다. 뇌파는 오랫동안 뇌의 활동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이 뇌파를 게임에 적용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앞으로 다른 분야로 적용되어 보다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은 처음에 터치나 키보드 입력을 통해서만 작동했다. 지금은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가 탑재되어 한 단계 더 발전했다. 굳이 누르거나 문자를 입력하지 않아도 말로 명령을 내려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고 특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생각만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페이스북이 실제로 이런 구상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첨단 기술 개발 조직인 ‘빌딩 8’(Building 8)’은 2017년 4월 사용자의 마음을 읽는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뇌파를 이용해 몇 년 안에 머리 속 생각만으로 1분에 100단어를 입력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스마트폰 키보드에 손으로 문자를 입력하는 것보다 5배 이상 속도가 빨라진다. 이 개발 조직의 책임자인 레지나 두간(Regina Dugan)은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의 여러 생각을 읽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말하려는 것을 해석해 밖으로 내보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뇌와 신경 세포의 기능과 신호를 읽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데 한걸음 더 나아가 뇌에 인공적인 장치를 삽입해 사람을 슈퍼 컴퓨터처럼 만들려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엘런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가 대표적이다. 인간의 뇌에 칩을 삽입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고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뇌와 컴퓨터를 일체화 하는 작업이다. 사람이 인공지능의 노예로 전락하는 비관적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생각으로 모든 것을 이루게 되는 꿈의 세상은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듣거나 보지 못하고, 지적 장애나 팔 다리 기능이 마비된 이들이 생각만으로 신체의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않고 비장애인과 똑 같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면 과학 기술의 혁명적 업적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의료 목적을 넘어서 인간을 초능력자로 만들기 위해 뇌 자체를 개조하겠다는 생각은 그 가능성 여부를 떠나 쉽게 수용되기 어려운 발상이다.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듯이 뇌의 인위적 확장 문제는 그 순기능만을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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