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란 단어가 대학교의 연구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업이나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일입니다. 2014년 구글이 ‘알파고(AlphaGo)’를 만든 ‘딥마인드(DeepMind)’를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이렇게나 짧은 시간에 미래를 결정지을만한 기술의 하나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인공지능과 관련된 소식들이 미디어의 주된 뉴스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는 컴퓨터 사이언스의 학문적 연구 분야의 하나에 불과할 뿐, 실용성이 부족한 기술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지금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상황은 그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학위를 받기 전에 이미 고액으로 입사가 결정되는가 하면, 관련된 스타트업도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공지능연구의 부침을 35년간 지켜본 영국의 전문가가 기술전문 웹진인 테크크런치(Techcrunch.com)와 가진 인터뷰는 인공지능의 현실과 미래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앤드류 블레이크(Andrew Blake)는 1983년 컴퓨터 시각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는 영국의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기업인 파이브AI(FiveAI)의 기술자문이며, 영국 앨런튜링연구소(Alan Turing Institute)의 연구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앨런튜링연구소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이들의 윤리적 측면과 사회적 영향력을 다루기 위해 영국 내 5개 대학교에 의해 공동으로 설립된 연구소입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연구의 생태계와 그 사회적 파장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향후 주목해야 할 인공지능 연구의 방향도 덧붙였습니다. 아래는 그의 인터뷰를 요약한 글입니다(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하 경칭 생략).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재능 있는 이들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다. 그래도 생태계는 실제로는 꽤나 역동적인데 (기업체가 아닌) 대학교에도 많은 재능들이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는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학교는 자유가 보장된 공간이므로 이러한 생태계가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우버에 인수된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Geometric Intelligence)를 보면 오늘날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연구 풍토를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서 근사한 아이디어가 생기면 논문을 쓰기 보다는 지적 재산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이들이 특허를 출원하면 기업들이 그 특허가 필요할 경우 접근하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이 인공지능과 관련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경력자를 구할 수 있는지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기업과 무관한 경력을 가진 사람을 찾으려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비록 교수직에 있더라도 대기업에 자문을 해주거나, 부분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정부가 산업 전략의 차원에서 인공지능을 거론하면서 국가의 생산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이해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교육과 훈련이다.

지난 10년간 인공지능에 있어서 가장 큰 기술적 성취는 딥 러닝이지만, 이제는 기술적으로 성숙된 단계에 접어 들었다. 그러나 딥 러닝을 완전하게 –근본적으로는 수학적으로- 이해하느냐 하는 문제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때로는 민첩하게 한 두 명에 의해 일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컴퓨터 과학에 있어서 가장 큰 성취들은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지난 10년간 이루어진 큰 성취들은 데이터-특히 인터넷 기반의-의 확보에 의한 것이었다. 빅 데이터를 이용해서 알고리즘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이해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에 대한 접근은 대기업들만이 가능하다. 작은 기업의 경우 신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희생해야만 인공지능의 발달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에 관한 기술적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데이터가 동등한 것은 아니다. 미가공 데이터(Unlabelled Data)는 흔하지만, 인공지능의 학습에 필요한 정렬된 데이터(Labelled Data)는 비싸고 희소하다. 그러나 사람은 미가공 데이터를 이용해서 스스로 학습해 나간다. 이런 점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큰 기회가 향후 10년 내로 찾아올 수 있다. 즉, 아주 제한적인 양의 정렬된 데이터를 최대한 잘 사용하는 방법과 아주 흔한 미가공 데이터에 접근해서 이용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량의 경우, 지금은 “고해상도의 3D 지도”가 필요하지만, 지금 보다 더 강력한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지도 없이도 복잡한 도시환경에서 운행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의 학습방법과 인공지능의 학습방법이 다른 것에 대해 관심이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빅데이터에서 배우지는 않는다. 아주 작은 양의 데이터에서도 배울 수 있다. 딥 러닝 이전의 확률이나 논리를 이용해서 추론을 하고자 했던 방법은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딥 러닝 이후의 단계를 위해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논리를 이용하는 방법은 무척이나 효율적이다. 따라서 비싼 데이터라도 아주 적은 양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질문: 왜 딥러닝은 블랙박스처럼 그 내부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없는가?

: 딥 러닝은 실험에 의해 무엇인가를 알아낸 것과 같다. 이는 마치 실험물리학에서 밝혀낸 사실을 이론 물리학이 이론적으로 증명해 내는 과정과 같은 상황에 지금 놓여있는 것이다. 딥 러닝은 복잡한 단계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러한 단계들이 합성해서 일으키는 변화를 따라가기는 무척 힘들며, 그 단계를 수학적으로 따지는 것도 그러하다. 내 생각에 이는 마치 요리하는 것과 같다.

질문: 인공지능 계산을 위한 전용 하드웨어의 의미는?

: 지금 데이터 센터를 위한 모든 하드웨어는 사실 인텔에 의해 만들어 지고 있다. 마음대로 데이터 센터를 만들 수 있더라도 지금과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결국 머신러닝을 위한 하드웨어가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이 될 것이다.

질문: 자율주행차가 넘어야 할 장애물은?

: 가장 큰 장애물은 자율주행차를 움직이는 딥 러닝 기술이 “꽤” 믿을 만하다는 사실에 있다. 99%의 신뢰도를 가진 알고리즘은 기술적으로 대단한 일이지만, 자율주행차에는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기술들을 어떻게 엮어서 개별 알고리즘보다 더 안전한 기술을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하는 기술이나 연구는 안전이라는 원칙 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보완이나 추가사항으로 해결될 수 없다. 처음부터 안전한 것이어야 한다.

질문: 인공지능 기술에 어떻게 윤리를 넣을 것인가?

: 지난 몇 년간 이 쪽으로 수많은 연구가 진행중에 있다. 우리 연구소(앨런 튜링 연구소)에서는 철학과 법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알고리즘의 윤리가 어떻게 작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는 한편, 이러한 내용을 이해하고 윤리적 원칙이 실제에 적용되려면 어떻게 알고리즘을 디자인 해야 하는 가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 윤리원칙은 투명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뭐가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신뢰성 측면만이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제대로 성능이 나지 않는 다면 어디가 문제인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적 관점에서 좋은 것이라면 신뢰성과 이해도의 관점에서도 좋은 것이다. 공공의 신뢰가 핵심요소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인데 갈수록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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