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2016년은 그야말로 격랑의 해였습니다. 정치ㆍ경제ㆍ사회, 전 영역에 걸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우리 사회에 국한된 현상만은 아니었습니다. 미국,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가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갈등, 사건과 사고, 변화와 이변이 뒤섞여 요동친, 여느 해보다도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해였습니다.

이러한 혼돈의 양상은 급변하는 디지털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저 막연한 공상의 영역으로만 존재했던 기술이 현실화되는가 하면, 인간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기술이 눈앞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단정하고 자부했던 분야에서, 기술이 인간을 뛰어넘는 이변이 속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사상 인간의 왜소함이 이토록 적나라하게 드러난 시간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2016년을 돌아보면서, 디지털 세상을 뒤흔든 이슈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첨단 기술의 원년쯤으로 기록될 여러 이슈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정리를 통해 짧게는 다가오는 2017년을 전망하고 좀 더 멀리는 디지털 시대의 미래를 조망해 보기로 합니다.

알파고의 충격과 인공지능(AI)의 대중화

2016년은 한 마디로 ‘알파고’의 해였습니다.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는, 그 동안 인공지능이 범접하기 어려운 영역이라 여겼던 바둑의 세계에, 그것도 20여년 동안 세계바둑계의 최고수로 군림했던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전 세계가 주목한 대국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알파고의 승리는 그 자체로 전대미문의 충격을 안겼습니다. 기술에 대한 이전까지의 모든 관념과 패러다임을 단번에 깨뜨리며, 인공지능(AI)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혔습니다.

issue1

알파고는 그 동안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가져왔습니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우주의 원자 개수보다 많다 하여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직관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그 동안의 통념을 무참히 깨뜨린 알파고의 기술은 바로 인공신경망을 기반으로 하는 머신러닝(딥러닝) 기법이었습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가학습을 하는 머신러닝 인공지능은 알파고 이후,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추상과 상상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의 영역으로 안착하게 됩니다. 머신러닝, 딥러닝, 인공신경망, 강화학습과 같은 인공지능 관련 용어들이 여기저기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알파고는 이미 끝난 바둑 게임의 알고리즘이 아니라, 이제 막 질주하기 시작한 기술의 시발점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제 인공지능의 진보는 기술의 진보와 동격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지대해졌습니다. 미래 기술의 대부분이 결국 인공지능 기술로 수렴될지도 모릅니다. 기술이 인간을 넘어선다는, ‘특이점 시대’의 도래가 공상에 불과하다고 진단하는 기류는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MS, IBM,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IT기업의 핵심기술은,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우위를 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이제 더 이상 미래기술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들어가지 못하는 장벽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생산, 법률, 의료, 유통, 서비스, 교육, 회계 등의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기존 시스템을 장악하고 무력화시키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가능성과 위기를 동시에 안겨 주고 있습니다. ‘기술의 무한 가능성’을 열어젖힘과 동시에 ‘인간과 노동의 종말’을 앞당기는 두려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인간의 미래가 인공지능의 미래에 달려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6년은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이 본 궤도에 오른 첫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로봇 전성시대

로봇의 역사가 짧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2016년처럼 로봇의 진화가 급격한 해는 없었을 것입니다. AI와 결합한 로봇은 이제 산업용이나 장난감의 영역을 뛰어넘어 우리의 일상 전반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몇 년 전부터 개발ㆍ출시되어 왔던 소셜로봇, 동반자로봇, 감성로봇, 가정용로봇의 폭발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던 한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인간과 대화하고 교감하는 로봇의 전성시대가 바야흐로 시작되었습니다.

일본 소프트뱅크사의 소셜로봇, 페퍼(Pepper)의 약진은 이를 잘 반영하는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페퍼는 출시되자마자, 휴대전화 판매점과 가전제품 양판점에서 고객을 상대로 안내와 상담, 홍보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커피머신 판매를 대신하거나 피자가게에 비치되어 서비스를 하기도 합니다. 병원이나 자동차판매점에서 사람을 대신하는 서비스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졌습니다. 페퍼는 현재 일본어, 영어, 독일어 등 19개국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1만대 이상 팔렸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구매했지만 이제는 페퍼의 능력이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페퍼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는 소셜로봇의 대중화 시대를 본격적으로 앞당기게 될 시금석이 될 전망입니다.

issue2

페퍼 외에도 ‘지보’, ‘젠보’, ‘키로보미니’, ‘버디’ 등 다양하고 독특한 소셜로봇이 줄이어 출시되었거나 출시될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이들 모두는 사람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소셜로봇의 특성을 그대로 지녔습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인공진능 딥러닝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소셜로봇은 인간과 대화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로봇으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소셜로봇의 성장에는 저출산ㆍ고령화 사회의 심화, 돌봄노동의 수요 확대, 1인 가족 시대와 같은 사회ㆍ문화적 요인이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페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사업장이나 공공장소와 같은 곳에서도 소셜로봇의 활용은 무궁무진합니다. 개인비서, 학습도우미, 노령인구의 돌봄로봇이나 아이들 성장의 동반로봇처럼 소셜로봇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리라는 예상은 현실화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로봇이 가져다 주는 상상 이상의 편의와 함께 로봇과 공존해야 하는 인간의 고민도 함께 늘었습니다. 우리 삶에 로봇이 들어올 것이라는 것은 필연적인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인간과 함께 지내야 하는 로봇에 관한 윤리와 가치 문제는 앞으로 우리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커다란 과제로 떠오를 것입니다. 로봇산업의 급격한 성장과는 다르게 로봇의 법적 지위 문제나 로봇에 대한 윤리 문제에 대한 준비는 아직 매우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인간의 옆자리에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이 늘어갈수록 우리의 고민은 더 깊어갈 것입니다. 인간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로봇 전성시대에, 인간은 인간의 영역에서 더 멀어질지도 모르는 역설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명암

자율주행자동차는 인간의 오랜 꿈 중의 하나였습니다. 2016년은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의 급진전이 이루어진 해입니다. 자율자동차와 관련된 여러 이슈들이 끊이질 않고 이어졌습니다. 올해 2월에는 구글의 무인자율주행시스템이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로부터 운전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승인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는 자율주행자동차의 도로주행에 상당한 진전을 가져올 결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미래의 기술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기존의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라 구글, 애플 등 IT기업의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 구조를 완전히 재편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issue4

자율주행자동차의 이상은 ‘모든 제약과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동생활’입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자동차가 가져올 파급 효과는 ‘이동의 자유로움’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자동차 안에서 일상의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으며, 이동과정의 불편함과 사고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전기에너지원을 활용하여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혁신적 목표가 자율주행자동차의 미래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차량공유서비스를 결합하면 미래의 자동차는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기술 관련 현상들이 그러하듯이 굿뉴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선두 테슬라의 전기자동차가 자율주행 모드에서 사망사고를 일으켰습니다. 매우 이례적이며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난 사고로 설명했지만, 이를 계기로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성 문제는 다시금 도마에 올랐습니다.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도 자체 결함은 아니지만 맞은 편 인간 운전자의 실수로 사고가 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자율주행자동차 시스템의 해킹에 따른 보안과 안전성 문제도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 같은 위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자동차를 향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늘을 점령한 드론의 양면성

올해에도 드론과 관련된 이슈들이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자율주행 기능이 장착된 첨단 인공지능 드론이 선보이는 등 드론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이루어진 한 해였습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미국 백악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미국 내에서 10만 개의 일자리와 800억 달러가 넘는 경제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로 산업적 측면에서도 드론은 각광받는 분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드론을 이용한 택배 실험의 허가를 받기도 했고,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드론의 안전에 관한 기본 원칙을 마련하여 미래의 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시켰습니다.

issue5-1

하지만 드론은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한 기기입니다. 드론이 추락하여 인명이나 재산피해를 입히는 경우는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문제는 이러한 드론 추락에 의한 사고가 심각한 결함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파수 혼선과 같은 간단한 경우에도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더 심한 경우는 드론에 총기를 장착하여 발포하는 드론의 무기화입니다. 미국과 같이 총기소유가 합법화된 나라에서 드론을 악용할 경우 상상을 초월한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대학생이 드론에 무기를 장착해 발포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대학에서 퇴학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민간인 드론이 공항이나 군시설에 침투하는 것과 같은 안전을 위협하는 드론 사건ㆍ사고가 전 세계에서 끊이질 않고 일어났습니다. 드론의 상용화가 확대될수록 사진 촬영과 같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나 보안 상의 문제도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연방항공청은 올해 2월 민간인 드론파일럿을 대상으로 드론등록 지침을 내려보냈습니다.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무거운 벌금이나 감옥행을 부과하는 내용의 이 지침은 드론의 위험에 대한 규제의 움직임의 일환이었습니다. 그 동안 드론에 비교적 관대했던 영국은 드론 등록제를 준비하는 등 규제의 강화로 흐름을 바꾸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독수리를 이용하여 불법 드론을 단속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기도 했습니다. 드론과 관련된 가장 중대한 문제는 드론을 통한 살상무기화 문제입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만 전투요원 외에 무인드론기로 살상된 민간인 숫자는 최대 116명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러한 드론 무기화에 따른 책임과 윤리에 관해서는 여전히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입니다. 드론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드론의 위험성도 커질 것이 분명합니다.

구글 제국의 폭주

누군가가 번역한 문장을 두고, “구글번역기 돌렸다”는 말을 조롱과 놀림의 의미로 여전히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 이러한 행위는 당장 그만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상대에 대한 자신의 의도를 고스란히 되돌려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구글번역기의 비약적 발전을 실감한 사람들은 최소한 번역의 세계에서 구글이 펼치는 가능성을 절대로 과소평가할 수 없습니다. 구글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스템은 자유로운 의사 소통을 향한 인류의 꿈을 실현시킬 날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스캔 기술을 장착하며 나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구글 포토’ 서비스는 이에 비하면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구글 번역기는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날개’를 단 격입니다. 이제 인류, 아니 구글은 정말로 다시 한번 바벨탑을 쌓아 올리는 기염을 토할지도 모르겠습니다.

issue6

‘2016 구글 IO(개발자회의)’에서 제시한 구글의 야심은 구글의 제품으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구글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색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 어시스턴트, 스마트홈, VR기술 등으로 펼쳐지는 구글의 기술적 확장은 그 한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구글은 ‘구글 북스’나 ‘구글 아트’와 같은 도서나 예술 분야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확장하는 구글의 야심을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구글이 보유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입니다. 페이스북, IBM, 아마존 같은 기업의 도전을 받고 있으며, EU를 비롯한 각국의 제소가 이어지고 있지만, 구글의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구글이 세계가 되어가는지, 세계가 구글이 되어가는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구글의 확장은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예상에 특별한 이견은 없어 보입니다.

갤럭시노트7 사태, 우리 사회의 자화상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지게 했던, 갤럭시노트7 사태는 글로벌 기업 삼성을 일순간에 멈추게 했습니다. 삼성의 최첨단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폭발을 거듭하다가 급기야는 생산 중단이라는 최악의 수순으로 단종되고 말았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생산중단 조처를 내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태는 매우 위중했습니다. 이로 인해 삼성은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기업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습니다.

issue8

갤럭시노트7 사태가 단지 스마트기기의 안전 문제만을 야기한 것은 아닙니다. 오로지 이윤추구, 성공신화에만 집착한 낡은 기업윤리, 소비자의 안전을 등한시한 일등주의, 재벌에 놀아난 저열한 상업언론, 안전에 관한 소비자 보호 시스템 궤멸과 같은 우리 사회 곳곳에 드리워진 문제가 집약적으로 표출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첨단 기술 분야를 주도한다는 기업이 이전 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었음을, 언론과 같은 공론의 장이 비판적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여실히 확인한 계기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안전과 권리는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경쟁사에 밀리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무리한 첨단 기술 장착과 제조 일정 추진으로, 결국 기기의 심각한 결함을 자초했습니다. 최첨단 기술을 선도한다는 기업이 보여준 이 같은 구태의연한 기업 운영방식은 최근에 드러난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왜 삼성이 자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이 되고 있습니다. 갤럭시노트7 사태는 기본을 지키지 않는, 오로지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된 우리 사회 재벌의 맨얼굴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삼성공화국은 결코 자랑이 아니라 오명이라는 사실을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요?

VR의 약진과 AR 게임, 포켓몬고 열풍

2016년은 VR(가상현실)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종 VR 기술이 놀랍도록 발전한 해였습니다. 게임산업에서는 2016년을 ‘VR혁명의 해’로 규정할 정도로 굉장한 기술 발전을 보였습니다. VR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구분을 점점 지워나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현실 세계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실감을 불러일으켜 사용자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장착이 용이한 스마트폰을 활용한 기기의 보급은 VR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습니다. 구글은 자사의 핵심 사업으로 VR기술 분야를 손꼽은 바 있습니다. 페이스북 자회사 오큘러스나 한국기업 삼성, 대만기업 HTC 등도 VR분야에서, 두드러진 우위를 점하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VR 관련 기기나 콘텐츠 시장에서의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issue9

VR기술의 적용은 현란한 가상현실을 제공하는 게임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VR 기술의 적용범위는 무궁무진합니다. 잘 알려진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외에도, 의료산업, 헬스케어, 교육, 생산 공정, 심지어는 부동산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의료 분야나 교육 분야에서 VR의 활용 가능성은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의 상황을 체험하지 않아도 가상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현실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범죄 현장을 가상현실로 재구성하여 과거의 사건을 재심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2차 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을 주도한 공간인 홀로코스트를 VR기술로 재구성하여 범인을 추적하는 결정적 증거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VR분야만큼 돋보이는 성장은 아니지만, AR(증강현실)기술도 올 한 해 크게 주목 받았습니다. 거기에는 단연 ‘포켓몬고’ 열풍이 자리하고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포켓몬고 게임은 AR기술을 활용한 게임인데, 오랫동안 인기를 누린 포켓몬이라는 콘텐츠를 증강현실 공간에서 즐기는 게임입니다. 지금은 다소 시들해졌지만 한창 때는 그야말로 기현상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포켓몬고 게임은 콘텐츠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 동시에 우리에게 다소 생소했던 AR(증강현실) 기술에 대한 인식을 확장해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번의 실패를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는 ‘구글글래스’의 구글과 홀로렌즈 개발을 통해 다른 분야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사력을 다하는 분야가 바로 이 AR분야입니다. 이외에도 애플도 미래 주력산업으로 AR을 손꼽은 바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AR 플랫폼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글로벌 IT기업의 독점과 이에 맞선 저항

2016년에도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의 독점 현상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현상은 날이 갈수록 더 강화되는 추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 분야의 격차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을 본거지로 한 IT기업의 기술과 시장의 독점 현상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저항의 가장 중요한 기지는 유럽입니다.

유럽연합(EU)는 올해 4월,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입니다. 이 위반 혐의가 최종 결정에 이르면 구글은 연간 매출의 1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게 됩니다. 2015년 기준 구글 연매출의 10%는 74억 달러(약 8조 9000억원)의 어마어마한 액수입니다. 이외에도 EU는 지난 8월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세금 특혜를 받았다며 130억 유로(약 16조 3000억원)의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EU는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게 세율을 우대해 조세회피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EU는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수억 달러의 세금을 줄이고 있는 아마존을 겨냥해 조사 중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EU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만일 EU의 주장대로 결론이 난다면 페이스북도 엄청난 액수의 벌금 부과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나 다음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IT기업에 대한 규제 요청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상태입니다.

issue10

이처럼 EU를 중심으로 한, 미국 IT기업에 대한 견제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초국적 글로벌 기업의 독점적 영향력이 그만큼 지나치게 강대해졌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ICT 기술의 미국 기업의 독점적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독점은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특히 유럽에서의 독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에 대한 마땅한 견제 방법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EU회원국들은 자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미국 IT기업에게 제대로 된 세금을 부과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초거대 IT기업의 독점과 이를 견제하려는 국가 간의 갈등 양상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짜뉴스’의 범람과 ‘포스트 트루스’ 시대

올해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는 예상을 뒤집는 충격적인 결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 주류 미디어의 예측을 여지없이 비껴가는 결과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SNS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한 트럼프의 승리는 디지털 시대의 선거운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SNS를 비롯한 인터넷 공간에서 횡행한 ‘가짜뉴스’, ‘거짓정보’가 선거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입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의 분석 결과, ‘속임수 사이트’와 ‘편파적 블로그’가 만들어낸 ‘가짜뉴스’가 선거 기간 중에 주류 미디어의 뉴스보다도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가짜뉴스는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조회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힐러리 클린턴이 공식 여론조사에서 한번도 밀리지 않았음에도 결과는 뒤집힌 것을 감안하면 가짜뉴스나 거짓정보가 선거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issue11

‘가짜뉴스’의 문제점은 선거와 관련된 사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정보의 바다, 정보의 홍수의 세계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누군가에 의해 악의적으로 진실로 둔갑한 거짓 정보가 한 개인, 한 사회, 한 국가의 명운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이는 너무나 엄중한 일입니다. 인터넷에 퍼진 거짓 정보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거나 피해를 보는 사례는 지금까지도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짜뉴스’ 파동은 이보다 더 심각한 사태를 불러일으킵니다. 뉴스라는 공신력을 바탕으로 둔갑한 거짓 정보는 수많은 대중을 현혹시킵니다. 나중에 진위 여부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이미 퍼진 정보는 수습하기 매우 어려운 지경에 이릅니다. 아직까지 인터넷에는 수년 전에 거짓으로 판명이 난 정보들이 여전히 진실의 옷을 입고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올 한 해 제기되었던 ‘가짜뉴스’ 파문은 ‘포스트 트루스 Post Truth(탈진실)’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정보 교육, 디지털시민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요청되는 시점입니다.

세계를 양분하는 빅브라더 중국의 성장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2016년 6월 기준으로, 무려 7억 천만 명에 이릅니다.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인 인터넷 사용자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성장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은 인터넷을 전면 개방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글 검색, G메일,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전 세계가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가 중국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페이스북은 중국 당국에 의해 차단 당했고, 구글은 검열과 해킹 문제로 마찰을 빚다가 중국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검열과 통제에 기반한 ‘사이버 발칸화’ 전략은 전 세계를 미국과 중국의 양대 세력의 힘겨루기 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중국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여전히 인터넷 통제국가의 불명예를 안고 있으면서도, 중국은 검열과 규제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IT기업은 중국의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것은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중국의 인터넷 관련 사업 성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입니다. 2017년에는 미국을 뛰어 넘어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issue12

중국 당국의 비호 아래 중국 기업은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기능까지 겸비하고 있는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90% 이상을, 구글을 대신한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는 8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검색 시장에서 구글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유기업, 우버나 에어비앤비도 중국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히려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로 거센 도전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전 세계를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위세는 오프라인에만 국한돼 있지 않습니다. 온라인상에서도 이 두 국가는 막강한 위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IT 판도는 중국의 급격한 성장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놓칠 경우 자칫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지털 세계의 국제적 흐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쇄하기

이전
다음
1+

소요 사이트를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액수에 관계없이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이 소요 사이트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협동조합 소요 국민은행 037601-04-047794 계좌(아래 페이팔을 통한 신용카드결제로도 가능)로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